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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정신병원이 ‘사설감옥’이라니…
유산 상속문제로 80대 노모를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려 한 폐륜 아들과 손자가 지난 1월 붙잡혔다. 앞서 작년 12월에는 자신을 입양하고 길러준 노모 B씨(80)를 치매에 걸렸다고 거짓으로 꾸며 정신병원에 가둔 딸이 징역 8개월을 선고 받았다. 50대 가정주부 C씨는 이혼을 요구한 남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C씨가 남편을 강제입원시키는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자신과 딸의 동의서와 알콜 의존에 망상 장애가 있다는 의사의 거짓진단서 한장이 끝이었다.

현행 정신보건법은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의사 1명의 진단만 있으면 최대 6개월까지 정신병원 입원을 허용하고 있다. 허술한 법 규정과 관리감독 부재로 위 사례처럼 일부 정신병원은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을 강제입원시키는 ‘사설감옥’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증세가 심각하지 않은데도 노부모를 강제입원시키기도 해 ‘현대판 고려장’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물론, 수익에 눈이 먼 일부 병원이 이같은 ‘검은 커넥션’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2013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정신질환 입원자 8만 462명 중 73.1%가 강제 입원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가족간 불화, 재산문제 등으로 강제 입원한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우리나라의 정신병원 평균 입원 일수는 197일이나 된다. 유럽 국가들의 강제입원 비율은 3~30% 수준으로 우리나라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 환자가 불가피하게 강제입원을 하게 되면 사법체계에서 이를 감시하거나 공공후견인 제도를 활용해 적정성을 따지지만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그런 제도적 보완책이 없다.

그나마 정부가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통해 정신질환자들의 인권문제에 눈을 돌린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럽다. 정부 대책은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고 성년후견인제 등 일부 보완이 긴요한 부분도 있다.

아쉬운 것은 강제입원 규정을 까다롭게 한 정신보건법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넘지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신병원에 갖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고,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이 되는 것이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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