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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알파고와 ISA 마케팅 백병전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 지난 한 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에 적잖은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바둑에 감정이 없는 기계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니. 과거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보았음 직한 장면이 목전에서 네 번이나 펼쳐졌으니 그 허탈감과 두려움의 감정은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사실 인공지능(AI)은 이미 전 세계적인 화두로 부상한 지 오래다. ‘10년 이면 강산이 변한다’라는 말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로 치부될 정도로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빠른 시대다. 이세돌의 패배로 속상한 마음에 구글의 마케팅에 우리나라가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알파고의 등장으로 대한민국에 인공지능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알린 점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이제 화제를 금융 시장으로 돌려본다. 금융 시장의 주전 선수격인 은행과 증권업계는 요즘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쟁도 단순한 국지전이 아니 전면전, 더 나아가 백병전 수준이다. 국민의 재산을 늘려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 유치전 얘기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각오로 각 금융회사는 고객을 유치하고자 고액의 경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2000만원짜리 여행권, 자동차, 골드바 등 호화로운 경품이 등장했다. 지점에는 가입 계좌 할당이 떨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회사들의 요란에 ISA에 가입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박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재산을 증식시키겠다는 본질적 취지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계좌 확보라는 고지만이 남았다. 이런 모습을 알파고가 봤다면, 그는 주객이 전도된 현실에 인간을 동정했을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변수를 살펴, 최상의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예금과 주식, ELS 등 파생상품의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면서 말이다.

물론 한 사람당 ISA 계좌를 하나밖에 개설하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고객을 모으는 데 고액의 경품 만한 마케팅 수단이 없다는 금융회사들의 항변에 일견 공감한다. 핀테크와 로보어드바이저가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라는 점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이 부각되고 나서야 로보어드바이저가 언론의 전면에 조명되는 현실 인식은 심히 아쉬운 대목이다.

5년 혹은 10년 후 현재의 은행과 증권사가 어떤 시장 환경에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때다. 고객은 눈앞의 실적이 아닌 시장의 본질적 변화에 절박하게 대응하는 금융회사의 모습을 바라고 있다. 이런 회사야말로 국민의 재산을 증식시킬 실력과 자격을 지닐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운용계의 이세돌을 키워낼 자신이 없다면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무장된 로보 어드바이저를 서둘러 키워야 할 때다. 재산을 늘려주는 일인데, 로봇이 인간을 이긴들 슬퍼할 이는 없으니 말이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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