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라브4는 오프로드를 지향한 SUV였지만 세대를 변경하면서 도심형으로 진화한 모델이다. 도요타는 여기에 자사의 ‘철학’으로 굳어진 하이브리드를 심었다. 그 결과 탄생한 모델이 라브4하이브리드이다.
시승을 시작하면서부터 기존 SUV를 타던 소비자들에게서 하이브리드에 대한 니즈가 생겨날 수 있을지를 염두에 뒀다.
우선 SUV를 조금 더 정숙하게 타고 싶은 소비자들한테는 일정 부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아서 운전을 시작하려고 자연스럽게 시동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시동이 꺼졌다. 너무 조용해서 이미 시동이 걸린지도 모르고 버튼을 눌렀기 때문이다. 그만큼 시동을 켜면 하이브리드답게 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고 시트의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배터리 충전이 완벽하게 되지 않아 EV모드를 충분히 시험하지는 못했지만 잠깐이라도 EV모드를 켜고 저속으로 움직이니 지나치게 조용하다 싶을 정도로 차가 굴러갔다.
SUV치고 풍절음, 엔진음이 비교적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관련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소음에 대한 대비는 잘 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요타가 자랑하는 ‘E-four’는 눈으로 확인은 되지만 몸으로 체감은 잘 안 되는 편이다. E-four는 하이브리드에 최적화된 전자식 4WD 시스템으로 2개의 모터 및 제너레이터외에 후륜(리어액슬)에 모터와 제너레이터가 추가돼 후륜의 별도 구동과 전기 에너지의 생성을 담당한다.
전륜 2개 모터가 후륜에까지 구동력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샤프트가 필요한데 이 샤프트가 지나가는 것때문에 뒷공간에 턱이 생겨공간 손실이 불가피하다. 도요타는 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후륜에만 작용하는 별도의 모터를 달았고 전자식으로 만들어 공간 손실을 최소화 했다. 실제 뒷공간을 확인해보니 쓸데없이 공간을 차지하는 불편함을 찾기 어려웠다.
E-four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번갈아 밟는 동안 배터리 충전과 모터에서 구동력이 전달되는 흐름도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중간중간 후륜 모터에서 후륜에 구동력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4륜이 돌고 있다는 의미였다.
한국토요타 측에서는 미끄러운 노면, 빠른 출발과 가속이 필요한 상황, 코너링 등 주행상황에 맞게 전자식 4륜 구동 시스템이 가동된다고 했는데, 실제 주행에서 확인했을 때 언덕이나 코너링 일부 구간에서는 4륜 구동이 가동되는 모습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볼 수 없었다.
전반적인 주행에서는 대체로 무난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속 능력은 적정 수준이었고 조향감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라브4하이브리드는 2.5리터 엔진에 시스템출력 197ps, 최대토크 21㎏ㆍｍ의 성능을 보유했다. 출력 면에선 동급의 혼다 CR-V보다 높지만 최대토크는 약간 낮다. 더군다나 라브4하이브리드는 최대토크 실현 구간이 4400~4800rpm이어서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때는 충분한 토크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디테일한 부분에서도 아쉬움이 있었다. 우선 드라이빙 모드를 선택하는 버튼의 위치가 불편했다. 기어 콘솔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조장치 및 오디오 버튼이 있는 쪽에서도 약간 숨어있듯이 위치해 주행 중 조작하기 힘들었다. 팔이 길지 않은 운전자라면 손을 뻗어도 잘 닿지 않을 것 같다.
스포츠 모드를 켰지만 쭉쭉 뻗어간다는 느낌은 받지 못해 스포츠 모드만의 차별성을 경험하기 어려웠다.
SUV라 세단 정도의 연비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에 기대했던 연비가 나오진 않았다. 이번 라브4하이브리드 시승 구간은 청평자연휴양림에서 잠실 커넥트투까지 약 50㎞ 전후 길이였는데 최종 연비는 12㎞/ℓ 정도로 나왔다. 정부공인 표준연비인 13㎞/ℓ보다 낮다. 실연비는 CR-V 공인연비 11.6㎞/ℓ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이에 SUV와 하이브리드의 시너지효과에 대한의문은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다. 라브4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260만원이다.
killpass@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