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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파로 갈라선 종교단체 ‘재산분할’ 논란, 대법원 판결 이후 10년 지났지만…
- 2006년 대법원 판례 변경 이후 10년…종교ㆍ법조계 논쟁 여전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서울에서 작은 규모의 A교회에 다니는 독실한 신자 김모(50)씨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종교적인 이유로 교인들 내부에서 견해차이가 커지면서 교회가 갈라설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결국 김씨는 뜻이 같았던 50%의 교인들과 함께 B교회를 새롭게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원래 다녔던 A교회를 상대로는 “교회 재산 가운데 절반을 양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럴 경우 김씨와 B교회 측은 A교회로부터 재산 분할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교회는 김씨에게 재산을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한 교회에 다니는 교인의 일부가 새로운 교회를 세웠을 경우 원칙적으로 기존 교회의 재산은 기존 교회 교인들에게 돌아가고, 새 교회 교인들은 재산에 관여할 권리를 잃게 된다.

다만 기존 교회의 교인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서 새 교회를 세웠다면, 새로운 교회로 바뀐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교회의 재산권은 새 교회 교인들에게 돌아간다. 위 상황에서 A교회의 경우 교인 절반이 의견을 달리했기 때문에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교회나 사찰 등 여러 종교단체들은 각각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건물ㆍ토지ㆍ버스 등이 대표적이다. 민법에서는 이러한 재산의 소유권은 특정 종교인이 아닌 교인들이 공동으로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을 법적인 용어로 총유(總有)라고 하는데 마을 재산 등 공동체 재산도 여기에 해당한다.

기존의 대법원은 교회의 재산권 분쟁에 대해 신앙 및 종교의 자유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입을 하지 않았다. 1971년부터는 교회가 분열될 경우 각각의 재산 분할을 허용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4월 재산권 분쟁을 신앙 및 종교의 자유와 별개의 것으로 보고, 교회의 재산권 분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이 새롭게 제시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민법에서 비영리 사단법인은 구성원 탈퇴나 해산은 인정하지만 귀속된 재산의 분열은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종교단체에 적용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교회가 대규모화 하고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교회의 재산이 상당한 금전적 가치를 지니게 되면서 교회를 둘러싸고 다수의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게 되는 상황”이라며 “종래 판시(각각의 재산 인정)를 고수한다면 분쟁해결 기능을 상실하게 될 뿐 아니라 교단ㆍ교인 상호간의 분쟁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판례 변경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종교계와 학계는 여전히 이와 관련된 크고 작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주최한 포럼에서 서헌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6년 대법원의 판결은 한국교회로서는 뼈아픈 변화가 아닐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3분의2 다수결은 이후 제기된 수많은 교회 분쟁 소송에서 교회 재산을 차지한 사례가 없는 등 지극히 비현실적인 기준”이라고 꼬집었다.

홍선기 변호사는 “교인이 3분의 2에 미치지 못하면 분쟁이 종식되지 않는 상황에서, 반대파 교인들은 자신의 주장을 접고 다수에 따라가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은, 분쟁이 심화된 교회의 상황과 교인들의 의식 수준에 맞는 분쟁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석현수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조교수(변호사)는 연구논문을 통해 “집단적 탈퇴가 예견되는 상황에 다다른 경우라도 탈퇴파를 제외한 나머지 교인들이 신설 교회의 교인에게 종전 교회의 재산권이 이전되도록 하는 내용의 의결을 하는 것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단, 의결 내용이 현저히 불공정하거나 종전 교회의 목적에 반하는 경우에는 의결권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서 효력이 없음은 물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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