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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불불은 면세점 전쟁] 90만명 줄었는데…외국인 방문객 ‘88만명 증가의 비밀’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면세점이 몇 년 사이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부상하면서 신규 특허(사업권)를 둘러싼 업계간 신경전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관세청이 신규 특허 허용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아직 자리잡지 못한 신예 업체들은 과잉경쟁으로 인한 공멸의 길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시장 확대를 고려하는 기존 업체는 기회의 문이 열리길 바라는 눈치다. 이 와중에 면세점 사업이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광과 면세사업의 황금빛 전망이 상당 부분 부풀려진 논리라는 것이다.

면세점 신규 출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업계에서는 향후 한국의 관광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기에 면세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에서 관광객들이 상품을 고르는 모습

관세청 고시에 규정되어 있는 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 요건은 ▷전년도 시내면세점 전체 매출액, 이용자 수의 외국인 비중이 50% 이상일 것 ▷광역지자체별 외래 관광객 수가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할 것 등이다.

업계에서는 서울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매출 중 외래 관광객 비중이 지난해 79.2% 수준으로 첫번째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수가 전년보다 30만명 이상 증가한 만큼, 면세점 추가를 논의할 만 하다는 것이다.

최낙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 자료에서 지난해 서울의 외국인 방문객 수는 전년보다 88만명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 집계를 바탕으로 외국인 관광객 30만명이 증가 시 면세점 신규 특허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88만명이 증가한 만큼 2.9개 상당의 추가 특허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88만명 증가’라는 추산 자체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는 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방문객이 전년보다 97만여명이나 줄어든 해였다. 2014년 외국인 방문객수는 약 1420만명이었고, 지난해는 1323만명으로 줄었다. 이 와중에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88만명이나 늘었다는 게 선뜻 이해가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일일이 집계를 하기 힘들어, 보통 표본조사를 통해 추산하는 방식으로 산출한다. 매 해 외국인 관광객 1만2000명을 상대로 ‘서울을 가봤냐’는 설문조사를 해, 서울 방문 비율을 산출한다. 이 비율을 그 해 한국을 방문한 전체 외국인 관광객수에 곱해서 나온 것이 서울 관광객 수다.

2013년은 서울을 방문했다는 외국인 비율이 80.9%, 2014년은 80.4%였다. 지난해의 경우 아직 표본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는 나왔어도 여기에 곱할 서울 방문비율은 뽑아내지 못했다.

최 연구위원은 이번 자료에서 93%의 비율을 적용해 서울 방문객수를 추산해 냈다. 갑자기 그 비율을 높인 것에 대해 최 연구위원은 “그동안 서울 방문비율이 80%였던 것은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아 서울에 집중이 덜 됐기 때문인데, 지난해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서울에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됐을 것이라 낙관적으로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체 관광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울 집중도를 고려해 방문 비율을 임의대로 높였다는 점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렵다.


전체 면세점 시장을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블루오션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지나친 낙관론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공청회에서는 시장조사 기관인 제네레이션 리서치사의 조사를 인용해 세계 면세점 시장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7.3% 성장, 2025년에는 125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도에는 시장 규모 증가율이 13.6%였다 2012년에는 11.6%로 증가율이 둔화됐다. 성장세는 갈수록 둔화돼 2013년에는 4.6%, 지난해에는 1.8%로 꺾였다. 시장 규모 증가율이 제자리걸음 수준인데도 10년간 연평균 7.3% 성장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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