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개저씨 사회학
[쉼표] ‘개저씨’(개+아저씨)라는 말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나이와 지위라는 권력을 무기로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중년 남성을 뜻한다.

‘내가 ○○했을 때’라거나 ‘요즘 젊은 애들’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면 ‘개저씨’가 될 조짐이 있다. 식당의 젊은 종업원에게 반말을 한다거나 직장후배에게 업무 외의 일을 시키고, 자신의 가부장적인 생각이나 가치관을 주변에 강요했다면 이미 ‘개저씨’ 세계로 들어온 거다.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가벼운 스킨십이나 성적 농담을 한다면 ‘중증 개저씨’다. 드라마 ‘미생’의 마부장 같은 사람이다. 이전에도 ‘꼰대’라는 용어가 있었다. ‘늙은이’ ‘선생님’을 이르는 은어에서 출발한 꼰대는 소통을 잘 못하는 중년남자로 적용범위가 확대됐다. 

직장에서 중년 간부들은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애썼다. 젊은 세대를 이해한답시고, 직원들과 자주 회식을 갖고 노래방을 갔으며 주말에는 등산을 함께 했다.

그런다고 ‘꼰대’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았다. 이렇게 하다보면 젊은 세대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해도 조금 여유있고 푸근한 선배라도 될 수 있었다. 그런 중년은 ‘아재’다. 아재 개그의 유행에는 꼰대보다는 아재가 훨씬 낫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그런데 이제는 ‘꼰대’보다도 더 무서운 표현인 ‘개저씨’가 나타났다. ‘꼰대’만 해도 젊은 세대들이 그런 중년들과 쉽게 어울릴 수 없다는 인식 정도에 그치지만, ‘개저씨’에는 젊은 세대의 분노와 혐오가 짙게 배어있다.

최근 방송된 SBS스페셜 ‘아저씨, 어쩌다보니 개저씨’편은 젊은 세대들이 상대방에게 불쾌한 말이나 행동을 일삼는 중·장년에 대한 혐오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었다.

개저씨는 착취, 열정페이, 갑질 등과 함께 더욱 심해지고 있는 세대간 갈등을 반영한 용어다. ‘개저씨’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좀 더 근원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