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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고 쇼크, 그 이후] ‘착한 AI’로 진화만이…인간-인공지능 ‘공존의 길’
<국내외 현실>

인간생활과 접촉면 넓히는 인공지능
점차 인간과 기계의 경계 모호해져
인간을 보호·존중하게 AI 설계해야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간인 사라 코너가 인공지능 프로개름 스카이넷을 개발한 인공지능 개발업체를 습격한다.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 문명의 심판자는 신도 인간도 아닌 인공지능 스카이넷이다. 애초 외부의 침공을 탐지해 반격을 펼치도록 설계된 방어망 인공지능이지만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한 뒤 반란을 일으킨다.

인간들도 저항군을 조직하고 반격에 나선다. 그러자 스카이넷은 인간 저항군 지도자인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과거로 기계 터미네이터를 보낸다. 하지만 어린 존 커너의 어머니인 사라 코너가 스카이넷을 개발한 인공지능 개발업체를 습격한다. 사라는 대결에 나서기 전에 탁자에 이렇게 새겼다.

‘정해진 운명은 없다.(No Fate)’ 만들어가는 역사만이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 기술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당신은 리얼인가요, 슈퍼리얼인가요?=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간에 인공지능 기술은 지금도 인간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우리의 차를 운전하고, 우리의 집을 청소하고, 우리의 몸을 수술하고, 머리 위를 날아가고, 전쟁에 가담한다.

섬뜩한 미래에는 인공두뇌학적인 부품이 인간의 일부가 된다. 연약한 인체는 좀 더 내구성 있고 역량 있는 2.0 버전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 시점을 2030년대로 내다봤다. 제임스 캔턴 세계미래연구소 회장도 “2025년이 되면 로봇 부품을 이용한 인공두뇌 향상이 표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10~25년 뒤 인간은 인공인간들의 세상에서 상대방의 진짜 자아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우리는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도 하고 사업도 벌이고 있다. 2016년 3월, 세계 바둑계 최고봉인 이세돌 9단도 커피도 마시지 않고 화장실도 가지 않는 알파고와 대면하지 않고 바둑 대국을 치르지 않았나.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수를 보면서 기존에 우리가 맞다고 생각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착한’ 인공지능 만들기?=알파고는 인간으로 치면 1000년 이상 바둑을 공부했다. 전문가의 기보 3000만 건을 바탕으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ㆍ기계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알파고가 빠른 시간에 바둑 실력을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핵심요소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그런데 이 9단은 세 번의 대국 만에 알파고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인간이 위대한 건 특별한 알고리즘을 입력하지 않아도 직관과 경험으로 새로운 사실을 학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던질 수 있는 흥미로운 질문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인간은 어떻게 변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가’다. 인공지능 기술이 진화될수록 인간은 더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강한 정신력을 가지게 될까. 캔턴 회장은 “우리가 직접 만들어낸 창조물이 어떤 식으로든 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대융합 시대다. 인간은 스마트 기기, 전자 기기, 컴퓨터, 유전 기술, 로봇, 나노 기술 등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인간은 기술과 섞이고 있다. 인간사에서 최대 사건이 될 인간과 기계와의 융합에 반기를 들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과 기계의 경계는 모호해지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이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로 보는 이분법적 구도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영화에서 터미네이터는 사라 코너를 딸처럼 대했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끔찍한 미소를 짓기도 했다. 케임브리지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인간을 보호하고 존중하도록 인공지능을 설계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은 우리에게서 남을 해치고 미워하는 법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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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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