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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열 기자의 알쏭달쏭 의료상식 ④] “알파고는 시작단계…전 세계는 인간의 뇌연구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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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인류최강 바둑고수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이 막을 내렸다. 이세돌이 비록 값진 1승으로 인류의 체면을 세웠지만 영 뒷맛이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도대체 알파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개발자도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대국이 진행될수록 ‘국민우울증’까지 몰고올 정도였다.

이번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과 뇌연구에 대한 논의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뇌와 관련된 연구는 과학계와 의료계에서도 가장 핫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연구분야다. 

지난 2012년에 개봉한 영화 ‘리미트리스’는 인간의 뇌 연구가 가져올 미래를 보여준 영화이다. 소설 한 줄 쓰지 못하는 무능한 맨해튼의 한 작가가 ‘NZT’ 라는 신약을 먹은 뒤, 엄청난 IQ의 소유자로 변한다. 열흘 만에 주식시장에서 투자금의 200배가 넘는 23억원을 벌어들이고, 베스트셀러 소설을 하룻밤 만에 뚝딱 써낸다. 새로운 외국어와 악기도 며칠이면 마스터하고, 놀라운 관찰력과 순발력으로 여성의 마음도 사로잡는다.

‘삼키는 순간 두뇌 100% 가동’이란 문구로 개봉돼 전미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이 영화의 주인공 브래들리 쿠퍼는 “특정 뇌신경회로를 활성화시키는 수용제를 찾아냈어. 뇌를 100% 다 쓸 수 있어!”라는 말을 들으면서 신약 ‘NZT’을 건네받는다.

영화 ‘리미트리스’ 가 미래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석우 교수는 “고등인지능력을 향상시키는 연구는 태동기이여서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최 교수는 “지난 2000년 에릭 캔들 교수가 로리프램(rolipram)이라는 물질이 신경세포에서 기억작용을 촉진시킨다는 것을 밝혀낸 공로로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했고 이후 인간의 기억능력을 촉진시킬 신약의 개발에 착수했는데, 영화 ‘리미트리스’처럼 토하거나 두통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들은 영화 ‘리미트리스’ 처럼 고등인지기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 경쟁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뇌와 인공지능(AI) 연구분야에서 미국이 현재 절대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유럽·인도·중국·일본 등도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3년 버락 오마바 대통령 주도로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를 발표하면서 향후 ‘뇌’ 연구에 10년 동안 3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역시 인간의 인지현상과 뇌질환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의 뇌와 맞먹는 규모와 기능을 갖춘 인공신경망을 개발하려는 ‘휴먼 브레인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향후 10년간 10억유로를 투자, 인간의 뇌를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일본도 일찌감치 21세기를 ‘뇌연구의 세기’로 선언하고 1997년부터 2016년까지 뇌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1000억 엔을 투자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 개발 등을 골자로 한 ‘로봇 신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중국도 민관 합동으로 인공지능 연구에 나서고 있다.중국의 민간기업인 바이두는 최근 3억 달러를 투입해 인공지능연구소를 세웠다. 인간의 개입이 필요가 없는 비(非)지도 학습기법을 개발해 구글을 앞서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걸음마 단계다. 우선 뇌 연구방법이 미국, 유럽, 일본 등과는 차이가 크다. 선진국들은 생쥐와 쥐 뿐만 아니라, 영장류와 인간을 대상으로도 연구를 확대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그 비중이 너무 낮다. 우리나라 기초과학연구원의 경우 인간이나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연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대 의과대학 뇌인지학과 이상훈 교수는 “현재 대로의 연구 추세로는 선진국의 ‘인간 고등인지 시스템 연구’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대국으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인공지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능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예산 3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부랴부랴 미래부 내부에 ‘인공지능 전담팀’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계획에 대한 기업과 과학기술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인공지능과 뇌 과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보다는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며“민간 기업 차원에서 자생적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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