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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만5천개 왕실유물의 침실 ‘수장고’ 108년만에 열린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왕실의 유물들은 1908년 9월 대한제국시절 만들어진 제실박물관 수장고(收藏庫)에 보관돼 있었다. 이 박물관이 만들어질때에도 왕실이 있었기에 선대 왕 이전의 것이 보관됐고, 조선왕실이 완전히 문을 닫은 일제 어느 시점 마지막 왕실의 생활용품은 유물이 되어 제실박물관에 들어왔다.

빼앗긴 것을 되찾고 사방에 흩어진 것을 모으는 과정을 거쳐 어보, 종묘제기, 의궤 등 4만5000여점의 유물들은 2005년에야 현대적 보존시설이 완비된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최종덕)에 온전히 보관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유물 중에 국민이 본 것 보다는 보지 못한 것이 훨씬 많다. 보존이 생명인 비밀의 방, 수장고에 지극 정성으로 모셔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수장고가 108년만에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회화 같은 것을 온전히 볼 수는 없다. 유리로 된 격납용기 너머로 관림할 수 있는 것이다. 108년만에 수장고가 열린다고 해서 이들 유물들이 108년만에 국민에게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유물 이전 ‘용품’ 내지는 ‘벽걸이 작품’ 시절 이를 만져본 당대 왕실 사람과 후대 극소수 연구자가 아닌, 백성에게는 처음으로 베일을 벗는다고 보면 되겠다.



개방은 1년에 4번, 한 번 개방할 때 마다 딱 10명의 국민만 볼 수 있다. 경쟁률은 5백만대 1. 로또와 맞먹는다.

그러나 고궁박물관의 이번 조치는 ‘역사 증거들의 대중적 공유’의 단초라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크다는 평이다. 우리나라 첨단 보존과학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해도 되겠다.

금속류 유물 보존 습도 45% 미만, 직물류 습도 55% 안팎, 바닥은 너도밤나무, 수납장은 미송과 오동나무, 전기콘센트 배제, 홍수 대비 지반 상향 구축 등 까다로운 수백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하는 곳이다. 전자현미경, 적외선 분석기 등 첨단 분석장비도 갖춰져 있고, 필요한 주기에 보존처리 작업도 진행된다.

영구보존을 위해서는 공기조절, 항상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개방 횟수를 늘리기도 관람인원을 증원하기도 쉽지 않지만, 이번 수장고 개방은 의미 있고 느낌 있는 조치이다. 간송미술관의 국보급 유물이 DDP에서 일반에 개방되던 날 느꼈던 감동의 몇 곱절은 될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이번 공개는 창고의 유물 보관함을 보여주는 것이지 유물 하나하나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회화, 서예를 감상할 수는 없고 투명 격납을 통해 책 제목, 유물의 형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연간 4회 중 3월과 9월은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공개되며, 8월과 12월은 중학생 이상 국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대망의 3월 첫 번째 행사는 오는 30일 오후 3시부터 70분가량 진행되며, 참가신청은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을 통해 오는 17일부터 선착순 접수한다. 국립고궁박물관(☎02-3701-7683)으로 문의하면 잘 안내해준다.

abc@heraldcorp.com



▶고궁박물관의 전신인 제실박물관은 왕실이 건재하던 대한제국시절 만들어졌다. 당시엔 왕실생활용품이던 것이 유물이 되어 수장고로 넘어왔고, 그 수장고는 108년만에 일반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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