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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려없는 학교] “가갸거겨는 배우고 학교 왔지”…한글 못뗀 1학년은 어쩌라고…
유치원 등서 이미 습득 판단
일부 아이들 사교육 시킬 판


서울의 일부 초등학교들이 1학년 신입생의 한글 기초교육을 축소해 사교육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갓 입학한 학생들에게 알림글을 보고 적도록 하거나 시계를 볼 줄 모르는 아이들에게 시간 맞춰 생활할 것을 요구하는 등 배려없는 지도로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A초등학교는 1학년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된 ‘자음ㆍ모음 공부’를 짧게 진행하고 바로 단어나 문장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오모(42ㆍ여)씨는 “처음엔 학교에서 한글 공부를 시켜주는 줄 알고 아무 것도 시키지 않았지만, 한글 자음이나 모음 학습 같은 간단한 부분은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넘어갔다는 말을 아이에게 들었다”며 “학기가 시작된지 열흘만에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고 한글 학습지 교육을 따로 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맞벌이 딸 부부 대신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손녀를 돌보고 있다는 심모(70ㆍ여)씨는 “미리 한글을 뗀 아이들 수준에 맞춰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우리 손녀에겐) 좀 벅찬 것 같다”며 “어쩔 수 없이 국어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3월 한 달간은 학교생활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지만 4월이면 교과 수업이 시작돼 학교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사교육 의존하게 된다.

실제 B초등학교 교감은 입학 첫날 학부모들에게 “3월은 기초교육이라 큰 문제는 없지만 4월되면 교과 수업이 진행된다”며 “글씨가 많고 글을 이해해야 수업이 진행될 수 있으니 3월 한 달간 집에서 한글 교육을 많이 시켜달라”고 당부했다.

4월부터 시작되는 교과 1~3단원의 교육내용조차도 한글 선행학생을 위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바르게 앉아 글씨 쓰기’, ‘낱말을 읽고 따라 쓰기’와 같이 한글이 선행된 학생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또 1학년 일부 담임 교사들이 알림글을 프린트물이나 학교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게 아닌 칠판에 쓰고 아이들에게 받아 적도록 해 글을 아직 모르는 아이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박모(35ㆍ여)씨는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서 한글을 떼 큰 어려움이 없지만 아이 친구들 중 몇몇은 무슨 글인지도 모르고 그려가는 아이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알림글 내용이 이상하거나 간혹 알림장을 챙겨오지 않은 자녀의 학부모들이 다른 학부모에게 알림글을 묻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 2학년 자녀를 둔 심모(41ㆍ여)씨는 “학교 한글교육만 믿고 있다가 큰 아이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작은 아이는 학원이나 학습지를 통해 미리 교육을 시켜 똑같은 문제를 겪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 학습 이외에도 생활수칙 등 다른 부분에서 아이들을 배려하지 않은 지도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C초등학교 1학년생 이모(7)군은 “시계 볼 줄 모르는데 ‘선생님이 몇 시까지 쉬는시간이에요’, ‘몇 시까지 선생님이 시킨 것 해야 해요’라고 말하면, 친구들이 ‘시계 볼 줄 모르냐’고 물어본다. 창피했다”고 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현재 초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서는 점ㆍ선 긋기와 연필쥐기 등으로 국어 교육을 시작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어린이집ㆍ유치원에서 이미 공부했다는 점을 전제로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같은 사실과 더불어 담임교사와 교장ㆍ교감이 학생들의 선행학습을 유도하거나 조장하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모니터링된다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제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선 교사를 비롯해 교육당국은 학부모들이 공교육만으로도 자녀 교육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ㆍ신동윤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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