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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려없는 학교] “통·반을 적어내라니”…아직도 이런 학교가…
정부 4000억 들여 새주소 장려
일부 학교 아직도 옛주소 요구
학부모들 통·반 검색 ‘북새통’
가족 직업 등 구체적 표기 요구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논란
교육부 방침과 정면 배치



새학기를 맞아 서울과 인천 일부 초등학교들이 학생관리에 불필요한 ‘통ㆍ반’ 정보 제출을 요구하면서 학부모들이 통ㆍ반 정보를 알아보느라 애를 먹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2년 전 도로명 주소 체계로 바꾸고 4000억원의 예산을 쓰고 있지만 정작 학교는 지번이 포함된 구주소를 적어내라고 하는 등 행정 혼선을 빚고 있다.

새학기를 맞아 일부 초등학교에서 인적사항 조사에서 배려없는 사항까지 요구해 논란이다. 작은 이미지는 통·반을 기재하라는 내용(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과 통·반을 문의하는 문자메시지,가족사항에서 과도한 개인정보를 적어내라는 문구.(사진 속 장소는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사진=헤럴드경제DB]

또 일부 학교들은 학부모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쓸 것을 요구해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의 A초등학교는 지난 4일 ‘아동인적사항’ 조사에서 주소란에 통ㆍ반을 포함한 지번 주소를 작성토록 했다. 인천의 B초등학교 역시 주소란에 ‘통ㆍ반까지 자세히 기록’할 것을 요구했다.

A초등학교 교감은 “학부모들이 도로명 주소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구주소를 쓰도록 했다”며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인 나이스(NEIS)에 구주소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도로명 주소로 바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초등학교 교감도 “학군을 쉽게 파악하기 위해 통ㆍ반을 쓰도록 한 것”이라며 “교육청에서도 학군배정 때문에 통ㆍ반정보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로명 주소로 바뀐지 2년이 지났고 주민자치센터 등 모든 행정서류에 도로명 주소를 쓰게끔 돼 있는 것과는 상반된 얘기다. 특히 통ㆍ반 정보를 나이스에 넣지 않더라도 도로명주소만 정확히 기입하며 학군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더욱이 대부분 사람들이 ‘통ㆍ반’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도로명 주소로 바뀐지 2년이 지났고 통ㆍ반은 그 이전부터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많은 학부모들은 때아닌 ‘통ㆍ반 주소찾기’에 열을 올려야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다산콜센터에는 자신의 아파트나 도로명 주소를 밝히고 통ㆍ반을 문의하는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600건이 넘었다. 또 주민자치센터에 통ㆍ반을 물어오는 전화가 쇄도했으며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통ㆍ반 찾기’ ‘통ㆍ반 주소’ 등을 검색해보면, 수많은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요구한다며 통ㆍ반을 찾는 방법을 요청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통ㆍ반이 명시된 주소체계는 과거 박정희 정권 때 반상회를 통한 정부시책 홍보, 초ㆍ중ㆍ고 학교 배정, 주민관리 등의 목적으로 도입돼 수십년간 계속돼 오다, 번지와 동ㆍ호수 중심의 주소체계로 개편되면서 10여년 전부터 사라졌다.

한 학부모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학교 측의 사소한 요청에도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라며 “자세히 기록하라고 할 정도의 정보도 아니고 불필요한 요구였다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서울의 C초등학교와 인천 D초등학교는 아동인적조사서에 부모를 포함한 가족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적도록 했다. C학교의 경우 조부모의 직업까지 자세히 기입하도록 했다. C학교 교감은 “학생들의 가정여건을 파악하기 위한 것도 있고 최근 진로교육이 강화되면서 교육 기부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 가족들의 직업을 조사한 것일뿐 다른 용도로의 사용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교육부 방침과 정면 배치되는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해당된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 7월 발표한 ‘과도한 학부모 개인정보 수집 관행 개선을 위한 제도 안내’를 통해 학부모의 직업과 직장, 재산 등의 수집은 학생간의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불필요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교육부 교육안전정보국 관계자는 “직업 등 학부모에 대한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말라고 일선학교 지시한 바 있다”며 “전국 학교들의 가정통신문과 가정환경조사서를 수집해 표준안을 만들어 보냈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부모의 직업을 구체적으로 적도록해 당황스러웠다”며 “교사가 부모 직업 때문에 자녀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될까봐 염려스러운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는 “불필요한 정보를 관행적으로 수집해왔던 일선 학교의 구태가 드러난 사례”라며 ”이번 기회에 이같은 사례를 좀더 조사해 학부모들로 부터 불필요한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세환ㆍ신동윤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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