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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신드롬] 바둑에 ‘ㅂ’도 모르는 여성도 ‘센돌’ 광팬됐다
처음엔 인공지능에 관심
이9단 꿋꿋한 모습에 매료
“남편과 배워보고 싶다”
학원·대학가 바둑부활 조짐



“바둑을 전혀 모르는데도 이세돌 9단의 모습이 너무 멋져서 팬이 됐어요.” (pink****)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 나네요. 이세돌 기사 인간 승리를 진심 축하 합니다. 사실 3연패 할때 많이 안스러워 보여 안타깝고 구글이 마냥 이 기사를 이용만 하는것 같아 짜증 났었고 4국 역시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절망을 환희로 바꾼 이세돌 기사를 존경합니다. 5국도 최선을 응원합니다.” (wb01****)

‘이세돌 신드롬’이 급격히 퍼지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에 패한후 두려움과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결국 실망감을 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세돌 인간승리’가 극적으로 이뤄지자 이세돌 광팬도 덩달아 늘어났다.

알파고에 1승을 거뒀다고 급작스레 이세돌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202개의 연산장치(CPU)를 장착한 인공지능(AI)에 맞서 4국만에 혈혈단신 승리를 거둔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에 폭발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파고에 졌었던 1~3국 후에도 이 흐름은 감지됐다.

고독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 9단의 놀라운 투지와 집념, 강인함 등에 바둑을 잘 모르던 사람들마저 감동을 받고 이 9단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홀로 싸우는 ‘고독한 검투사’ 이미지에다가 시련과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난 이세돌에게서 우리 인간의 미래상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9단의 도전정신에 감동받았다는 이들이 많다. 이들 중엔 바둑의 ‘바’ 자도 모르는 이들이 상당수다. 바둑을 몰라 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지면서 당황해 하고, 왜 고통스러워 하고, 왜 도전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지만 그 이유를 감동으로 전달받았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 대학 휴학생 강혜빈(23ㆍ여) 씨는 “바둑은 잘 모르지만, 처음에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발달했을까 관심이 가서 경기를 보다가 이세돌 9단의 꿋꿋하고 진지한 모습에 이 9단을 응원하게 됐다”며 “3연패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가능성에 도전하는 도전정신이 정말로 멋졌다. 4국 승리 소식을 라디오 중계로 듣다가 울컥했다”고 했다.

보육교사 유은경(30ㆍ여) 씨는 “세판 내리 진 뒤 포기할 수도 있는데 진지하게 승부에 임해 이긴 모습이 대단했고, 경기 끝난 뒤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기자회견장에 나오는 사진을 봤는데 정말 멋졌다”고 했다.

이같은 이세돌 신드롬은 바둑의 인기 부활로 이어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주부 조순분(59ㆍ여) 씨도 “바둑은 하나도 모르지만 이 9단이 너무 자랑스럽고 우리 손주들이 크면서 컴퓨터 게임보다는 바둑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선아(48ㆍ여) 씨는 “남편과 나는 둘다 바둑 문외한이지만 이 9단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이 멋져 바둑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남편과 꼭 한번 배워보자고 얘기했다”고 했다.

침체 일로를 걷던 바둑계는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와 ‘응답하라 1988’의 최택의 인기로 부활 조짐을 보이던 상황에서 이세돌 신드롬까지 이어지자 한껏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진석바둑학원 성기정 원장은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원생 수가 20~30% 정도 늘어났다”며 “최근 10년 간 전국 바둑원생이 50%이상 줄 정도로 위기였으나 드라마의 인기와 이세돌 열풍으로 부활 조짐을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새학기를 맞은 대학가에도 바둑의 인기는 정확히 감지됐다. 건국대 바둑동아리 ‘빈삼각’의 회장 이상홍(수학과) 씨는 “아직 동아리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관심을 끌면서 올해 신입 회원이 10명이나 들어왔다”며 웃었다. 한양대 바둑동아리 ‘기우회’의 회장인 공정필(물리학과) 씨 역시 “올해 신규 가입 신청서를 70장이나 받았다. 작년에는 30장 정도를 받았는데 두 배가 넘는 수치”라며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에 관심이 생겨 동아리에 가입한다고 신청서를 적은 학생들도 있었다”고 했다.

중앙대 바둑동아리 ‘미생마’의 회장인 김도형(전기전자공학부) 씨는 “원래 바둑 동아리는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이 많이 왔다면 요즘에는 바둑을 둘 줄 모르던 사람들이 처음부터 배우고 싶어 들어오는 경우가 주를 이룬다”고 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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