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이세돌의 값진 승리, 한국 AI 발전으로 이어져야
이세돌이 드디어 이겼다. 세 판을 내리 진 후에 한 판을 이겼을 뿐인데 세상이 달라졌다. 외신들은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고 환호했다. 마치 기계에 뺏긴 주도권을 다시 찾아온 분위기다. 그만큼 이세돌 9단의 승리는 값지다. 의미하는 게 많다.

가장 감동적인 것은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투혼이다. 3연속 불계패쯤되면 자포자기하게 마련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게 정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세돌은 포기하지 않았다. 대국이 끝나면 언제나 복기에 충실했다. 2국이 끝난 후엔 후배 기사들과 밤을 새다시피했다. 대국 기간 중 그를 만난 모든 사람들은 져도 져도 이길 방법을 찾는 그에게 감동했다. 3국 이후에도 10시까지 선배들과 이길 방법을 찾았다. 한국의 내로라하는 프로기사들은 모두 이세돌에게 훈수를 해 준 셈이다. 패배의 연속선상에서도 이세돌은 바둑 입신의 성숙한 면모를 보여줬다. 5대0으로 이기겠다던 장난기 가득한 모습에서 “이세돌의 패배일 뿐 인간의 패배는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인간 대표의 변화는 33살의 젊은이에게선 기대하기 어려운 의연함이었다.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어 처음부터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능력부족으로 진 것”이라며 구구한 토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대국에 임하는 이세돌의 자세가 달라졌다. 3국 이후 이세돌은 “한판만이라도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고 했다. 3판의 패배가 가져온 충격과 무력감, 오기가 탐구로 바뀌는 순간이다. 탐구에는 부담이 없다. 기본 욕구가 쾌감이다. 뭐든 즐겁게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세돌은 답을 찾았다. 결과를 얻어냈다. 인공지능(AI)을 아는 사람들은 말한다. 알파고의 1패는 기계적 결함이 아니라 이론적 결함이라고. 완전하지 않다는 걸, 아직 더 보완해야 할 게 있다는 걸 4판만에 증명해 낸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대국의 성과는 없다. 알파고의 개발자인 하사비스가 “알파고의 패배는 매우 소중하다”고 말한 이유다. 게다가 이 9단은 한 걸음을 더 나갔다. 마지막 대국은 흑을 쥐겠다는 즉석제안을 했다. 그동안의 대국에서 백이 유리했다는 통설의 한계도 뒤집어보겠다는 의지다. 참으로 위대한 실험정신이다.

알파고를 상대할 인류 대표가 한국의 이세돌이었던 것은 우리에게 축복이다. 바둑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이처럼 높았던 적은 없었다. 그것만 해도 계량할 수 없는 성과다. 박세리 키즈, 박찬호 키즈처럼 이세돌 키즈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AI키즈들도 함께 나온다면 더할 나위없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