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젠린, 소통문제 생기자 ‘필요 없을 땐 안 간다’…마윈 ‘사업가는 장사로 나라에 보탬’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윤현종ㆍ민상식 기자] 중국 부자나 기업인들이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한국 입법기구 격ㆍ이하 전인대), 그리고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국정자문역ㆍ이하 정협) 등 소위 ‘양회(兩會)’에 얼굴을 내미는 건 이제 자연스런 현상이 됐습니다. 2001년부터 민간 기업인에도 ‘정치 문호’를 열어줘섭니다.
왕젠린(왼쪽) 완다그룹 회장과 마윈 알리바바 회장 |
그런데 정작 거물급 2명은 올해 열린 양회에 불참했습니다. 자산기준 대륙 1ㆍ2위 부호 왕젠린(62) 완다그룹 회장, 그리고 마윈(52) 알리바바 회장입니다. 둘의 개인 자산 합계는 67조3400억원. 양회 무대를 밟은 부자 218명 중 25명의 재력을 합친 것과 같습니다.
참석했다면 세계 언론의 주목을 한껏 받았을 이들은 왜 인민대회당에 오지 않았을까요.
▶공산당원 왕젠린, 당국에 ‘무시’ 당했다?=왕 회장은 9000만 명에 달하는 공산당원 중 하나입니다. 당원은 중국서 ‘엘리트’로 인식됩니다. 입당 절차도 만만찮습니다. 그는 특히 당성이 강한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입니다.
왕 회장이 세운 완다그룹도 처음엔 공산당이 관여한 국영 부동산기업이었습니다. 왕 회장이 당ㆍ정부와 의사소통을 잘 해왔던 건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는 2년 연속 공산당 ‘봄 행사’에 오지 않았습니다. 현지에선 그 이유 중 하나로 정부와 소통 과정에 다소 문제가 있었단 점을 꼽습니다. 쉽게 말해 사업과 관련한 그의 요구를 당국이 사실상 묵살했다는 게 중국 유력 언론들 분석입니다.
전국 정협상임위원이기도 한 왕 회장은 11기 회의(올해는 12기 4차회의가 열리고 있습니다) 당시 사치품 수입관세를 낮추라고 공식 제안했습니다. 사람들이 비싼 물건을 살 때 해외에서 구매하는 현상이 두드러져서입니다. 백화점 사업도 하고 있는 왕 회장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무턱대고 이런 요청을 한 게 아닙니다. 권위있는 컨설팅 회사 닐슨의 자문도 들이밀었죠.
하지만 중국 재정부는 “고가물품 구매 기피 원인은 높은 관세율이 아니다. 사치품 수입관세는 2%에 불과하다”며 왕 회장의 제안을 흘려넘깁니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 [출처=게티이미지] |
이후 그는 이렇게 반박합니다.
“재정부는 나를 갖고 놀고 있다. 고가물품 관세율이 2%라면 왜 사람들이 굳이 해외에 나가 사치품을 사겠는가. 그리고 (고가 물건을)사들고 입국할 땐 왜 수입관세를 20%씩 매기는건가?”
이 문제가 불거지자 리커창 국무원 총리도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 2월 양회 준비 차 열린 국무원 회의에서 “양회 때 나온 제안을 잘 수용해 진행 상황을 회신하고 관련 여론도 적극 수렴하라”고 강하게 요구합니다.
결국 왕 회장 입장에선 사업에 도움 안 되는 정치행사엔 굳이 갈 필요가 없었던 셈이죠. 달리 보면 그는 “정부는 가까이 하되 정치는 멀리한다”는 지론을 고집스레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윈 “난 정치인 아니다”=마 회장이 양회에 오지 않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식 자격을 갖추지 않아서입니다. 일찍이 2013년 그는 ‘시대인물’이란 잡지와 인터뷰에서 “나는 정협위원도, 전인대 대표도, 공산당원도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정부와 소통의 끈까지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정부가 지난해 초 알리바바의 ‘짝퉁 유통’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마 회장은 처음엔 다소 딱딱하게(?) 반응했지만 최근엔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관영 인민일보도 적극 호응했습니다. 몇 달 뒤 이 신문은 “알리바바가 세계의 대문을 두드린다”는 제목의 기사를 1면에 실어주기도 했죠. 정부 기관지가 민영기업 기사를 전면에 쓰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11월엔 공산당 소속 감찰기관이 마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알리바바를 이끄는 마윈 회장 모습을 ‘중국공산당 선전 그림’ 방식으로 표현한 일러스트 [출처=360doc닷컴] |
이처럼 공산당ㆍ정부와 대체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마 회장이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합니다. 사업가는 장사를 잘 해서 나라에 보탬이 된다는 겁니다. 굳이 정치무대에 나설 필요가 없단 의미죠.
“정치인은 좋은 정치로 나라에 보답한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보답한다. 기업가도 보국(報國)할 수 있다. 누가 됐든 ‘보답’의 내용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대륙 2위 부호 마윈이 각종 정치행사엔 이름을 올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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