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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앓이 미국]낯뜨거운 트럼프…美 부모들 “뭐라고 가르치지”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의 득세에 미국의 부모들이 두려움과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자신이 가르친 것과는 너무도 다른 트럼프의 기행과 막말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아이들의 그의 행보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알 수가 없는 탓이다. 선생님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도미니카인 아내와 결혼한 백인 존 미샤우드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두 아들 중 한 명과 나눈 대화 내용을 페이스북에 썼다.

그는 8살 난 아들이 그에게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인종차별이 다시 시작될 거야”라면서 “그러면 엄마와 나는 피부가 아빠보다 검다는 이유로 아빠랑 떨어져서 살아야 하는 거야?”하고 질문했다고 적었다.

미샤우드씨와 같이 ‘멜팅팟’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옳지 못하다며 아이들을 가르쳐 온 부모들은 인종차별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그런 그의 발언에 환호하는 미국인과 높아져 가는 지지율에 대해서도 말문이 막힌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같은 우려는 가정을 넘어 교육 현장으로도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매사추세츠 뉴튼의 6학년 선생님 캐시 마허는 선거가 있는 해는 본래 학생들이 미국 민주주의 과정의 미덕을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해는 다르다. 그는 학교의 모의 대선 토론에서 누군가는 트럼프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데에 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정치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할 때 균형잡힌 시각을 유지하려고 정말 노력한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말해야 할 것 같다. 트럼프는 우리 학교에서 용인될 수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인종과 민족, 세상을 보는 시각을 이유로 사람들을 조롱거리로 만든다”고 말했다.

MSNBC의 ‘모닝 조’에서 코키 로버츠는 트럼프에게 “한 백인 학생이 어두운 피부를 가진 교우를 가리키며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넌 추방될거야’라고 말하는 일이 있었다”며 “자랑스럽나, 이 것이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정치적, 사회적 담론들에서 주장했던 것인가?”하고 물었다.

트럼프는 “매우 고약한 질문”이라며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조차 없어서 자랑스럽지는 않다. 알겠나?”고 답했다.

급기야 그간 가정과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너무도 다른 행동을 일삼는 트럼프에 정면으로 비판을 가하는 꼬마도 나타났다. 이날 지역 방송사 WCNC-TV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노스캐롤라이나주 제임스타운의 밀스로드 초등학교 3학년인 잭슨 윌레스는 지난달 ‘뉴스를 보고 주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파악해 보라’는 선생님의 과제를 받고 트럼프에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월레스는 편지에서 “당신에 대한 기사를 많이 읽고 TV에서 많이 봤는데 당신은 많은 사람에게 너무 무례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어린이들도 당신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고 있고, 또 언젠가는 투표를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썼다.

아이는 “당신이 하는 그런 나쁜 말들을 다른 사람들이 똑같이 당신에게 한다면 기분이 어떻겠나”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상처를 주는 말을 한데 대해 미안함을 느껴본 적은 있나. 당신이 사과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가 지난해 11월 유세 과정에서 선천적 장애로 몸이 불편한 뉴욕타임스(NYT) 기자를 조롱한 것을 들며 “당신이 TV에서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만약 아이들이 장애인을 놀려도 괜찮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일이 생기겠나. 학교내 집단 괴롭힘은 이미 큰 문제인데 당신이 이를 더 크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을 가했다.

또 ‘내가 뉴욕 5번가에서 총으로 사람을 쏴도 사람들은 나를 지지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을 두고 “실제로 그런 일을 할 수도 있는 사람이 우리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비록 투표권이 없지만 우리는 곧 미래다. 우리가 우러러보고 존경할 수 있는 친절하고 정직하며 사람들을 잘 돌볼 줄 아는 그런 사람을 지도자로 뽑는 것이 중요하다”며 “나중에 결혼해 남편이 되고 아버지도 되고, 또 경찰도 되고 싶은데 아무튼 당신이 가르쳐준 것보다는 더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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