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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바람 치맛바람①] 새학기 ‘전업맘’ 주도권에 대항하는 ‘워킹맘’의 세 불리기
학부모총회 뒷자리 관망자 직장 맘ㆍ대디 ‘옛말’

대면접촉 활발한 전업맘 vs SNS로 무장한 워킹맘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전업주부 이모(50ㆍ여)씨는 학부모총회만 가면 수년간 함께 활동했던 ‘전업맘(전업주부 학부모)’들과 모여 아이들 진학과 학원 등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곤 한다. 총무, 녹색어머니회, 급식 검수, 학부모컨설팅단을 맡으면서 쌓인 정 때문인지 전업맘들은 학창시절 동창생보다 더 끈끈하다.

담임선생님은 부탁할 학급 일이 있으면 전업맘을 찾는다. 직장인 학부모보다야 편할 수밖에 없다. 이씨는 “시간적 여유 덕분에 건의사항이 있을 경우 직접 담임선생님을 만나 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업맘들이 발품을 팔아 얻은 귀중한 정보를 ‘약탈’하려는 워킹맘들을 멀리 하려 한다. 워킹맘들과 일종의 미묘한 신경전이 있다”고 전했다.

‘워킹맘(직장 다니는 학부모)’ 박모(40ㆍ여)씨는 지금껏 3번 열린 학부모총회에 간 적이 없다. 다른 워킹맘들은 월차나 반차를 사용해 참석한다고 하지만 박씨 직업 특성상 월차나 반차는 꿈만 같은 이야기다. 학부모총회 안건에 대한 모든 결정권을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박씨는 담임 교사에게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는 불안감은 전혀 없다. 박씨는 “아이에 대해 궁금한 점이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퇴근 후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담임교사에게 문의하고 있다”며 “직장때문에 학교에 못가는 워킹맘들은 이런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새학기다. 1년간 내 아이들을 맡아 책임지고 돌봐 줄 담임교사를 찾아 뵙는 것은 학부모들의 통과의례. 과거 학교와 소통이 전업맘의 전유물이었다면, 워킹맘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와 접촉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학부모총회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오전에 연간 2회 이상 실시하는 공개수업을 한 뒤, 오후 1~3시 학부모총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부모회 임원을 뽑고 장학ㆍ생활지도 등에 대한 학교의 방침을 듣고 담임교사와 인사하는 자리다.

사정이 이런 가운데 직장맘ㆍ직장대디들은 이 자리에 참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비록 휴가를 내고 참석한다해도 한발 뒤에서 조용히 관전만 한다. 그렇다보니 학부모총회는 전업맘들이 주도하고, 이후 전업맘들끼리 주요 이슈 및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요즘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직장맘들은 새로운 통로로 담임교사와 상담하거나 건의사항을 내놓고 있다. 워킹맘들끼리 메신저 대화방을 꾸려 의견을 교환하고, 이들 중 대표 한 사람을 정해 교사에게 수시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이모(54ㆍ여)씨는 “직장에 다녀 학부모총회나 공개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은 퇴근 후에도 스마트폰 메신저나 문자, 전화로 자신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이나 건의사항을 말하는 경우가 많다”며 “퇴근 후까지 학부모들의 열성어린 관심을 받다 보면 힘들기도 하지만, 같은 워킹맘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전업맘과 직업맘 모두 학부모다. 전체 의견이 골고루 반영돼야 하며,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조치를 학교가 취해야 한다”며 “주말이나 저녁 시간대 등 모든 학부모가 참석할 수 있는 시간대로 학부모 총회를 옮긴다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소통채널을 상시적으로 활용한다면 직장만과 전업맘 사이의 남모를 갈등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반차나 육아휴직을 다 사용하라고는 하지만 사회나 기업 여건에서 실제 이런 제도의 혜택을 보기란 쉽지 않다”며 “이런 문제를 학교나 교육행정의 문제로만 돌리지 말고 사회나 기업문화, 노동 문화 전반으로 연계해 생각하고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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