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봄바람 치맛바람②] 반장선거를 위해서라면… ‘유머스피치’ 과외받는 아이들
반장선거 대비반 1회 수강료 10만원…선거과외도 불사하는 극성맘

학급임원도 스펙? 사교육 완화위해 리더십 인정 범위 넓혀야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초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 정모 씨는 최근 분통을 삼켜야만 했다. 반장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아들이 기특해 ‘반장에 당선돼야 하는 이유’를 함께 고민해주며 연설문 작성까지 도와줬지만, 몇 표 차이로 아들이 낙선했던 것. 정 씨는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사교육업체에서 가르쳐준 연설문과 마술 등을 선보인 아이가 당선이 됐다더라”면서 “반장선거에까지 사교육이 동원되는 것을 보니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새 학기마다 반복되는 반장선거가 상반기에도 어김없이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초등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른바 ‘선거 과외’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국제중부터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학생 선발에 리더십을 중요한 자질로 고려한다는 믿음 때문. 이에 회당 수만원에서 수십만원 상당의 수업료까지 지불하는 등 반장선거에 대한 관심이 4ㆍ13 총선 못지 않으며,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사교육 난립과 의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스피치 학원 등에 개설된 ‘반장선거 대비반’의 회당 평균 비용은 6만~10만원 선이다. 이는 단체 교육 기준가이며, 1대 1 맞춤형이나 전교 회장 선거의 경우엔 회당 수십만원 선까지 비용이 올라간다. 주로 연설문 작성이나 발표방법 등을 가르치지만, 성대모사, 유머 스피치 등을 가르치는 곳도 있다.

서울 노원의 한 아동 스피치학원 원장은 “우리 학원은 회당 7만원씩 3회 정도로 진행된다”며 “원고 작성을 도와주고 발성과 제스처 등을 가르친다”고 밝혔다. 강남의 또 다른 아동 스피치학원 원장은 “횟수로 4번에 27만원 선”이라며 “마술이나 음악 등 눈에 띄는 장기 등을 연설에 덧붙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다. 동작구 흑석동의 한 사립초교 앞에서 만난 학부모는 “저학년들은 반장선거를 안 하지만, 고학년들은 선거에 나설 때 학원을 다닌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고, 종로의 한 스피치 학원 강사는 “반장선거 대비반에만 7명의 아이들이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반장선거에까지 사교육이 동원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급 임원 경험이 입시 등에서 중요한 ‘스펙’으로 작용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국제중 등에선 ‘반장 가산점’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자기소개서나 학교 생활기록부 등에 한 줄이라도 들어가는 게 입시에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또 ‘내 자식을 잘 키워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치맛바람’도 한몫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엔 다양한 사교육 업체에서 반장선거 대비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상품 등을 내놓는 실정이다. 예컨대 기본적인 테이블 마술을 가르쳐주고 20만~30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거나, 미스코리아 어깨 띠 등을 10여만원에 제작해주는 식이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생활기록부가 중요해지며 리더십을 증명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인 반장선거가 학부모들의 관심사가 됐다”면서 “반장, 회장 등 소수의 자리로만 리더십을 가늠할 게 아니라 각종 동아리 회장 등으로 범위를 넓혀 경쟁을 줄이는 것도 사교육 완화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