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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파고의 ‘딥 임팩트’] 미지의 승부수, 알파고…‘바둑의 정석’을 비웃다
이세돌 9단에 연승을 거둔 알파고는 분명 2국까지 대여섯차례 이해못할 수를 뒀다. 3000년 동서고금 바둑 역사에서 전혀 보지 못한 수였다. 하지만 최소한 이중 2개의 수는 오묘하고 절묘했다. 한번은 빛나는 승부사 기질의 수였고, 다른 한번은 중반이후 대세관을 읽은 큰그림의 수였다.

1국에서 나온 102번째 수가 그랬다. 형세가 불리하자, 알파고는 우변에 102번째 수를 두며 뛰어들었다. 바둑 해설자들은 하나같이 “아마 바둑을 배우는 이가 스승에게 저런 수를 두면 매우 혼날 것”이라고 했다. 상식을 깬 어이없는 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침투는 성공적이었고, 나중에 훌륭한 수로 판명됐고, 이세돌은 그때부터 흔들렸다. 승부를 걸때 그 타이밍을 본능적으로 알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송태곤 9단은 해설에서 “기계(인공지능)는 우리 상식으로는 변화를 꾀하지 못한다고 여겨져 왔는데, 아니었다”며 “판세가 불리하자 강력하게 침투한 102번째 수는 프로기사 중 아무도 시도하지 못한 것이지만, 알파고는 확신을 갖고 침투했고 위력적이었다”고 평했다.

2국에서 나온 37번째 수도 충격적이었다. 이세돌의 우변 실리작전인 36번째 수가 나오자 알파고는 장고를 하더니 37번째 수를 내놨다. 전형적으로 세력을 쌓을때 활용하는 ‘어깨 짚기’였다. 이세돌 표정엔 당혹감이 드러났다. 해설자들은 “어?”하고 놀랐다. 일부는 “알파고가 실착한 것 아닙니까? 어떻게 저 수가 나오죠?”라고 했다. 역시 바둑을 배울때 저런 수를 두면 사범한테 혼날 것 같은 수라는 해설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37번째 수는 종국때 우변 하단 쪽에 큰 집을 형성하는 데 밑바탕이 됐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바둑 대세관을 읽는데는 인간 최고수에 모자랄 것이라는 예측을 보란듯이 뒤집은 것이다.

김성룡 9단은 “엄청난 수를 봤다. 알파고가 1국에서 도전과 모험도 불사한다는 것이 입증됐는데, 2국에선 전체 바둑판을 조망하는 능력도 최고수 중의 최고수라는 게 증명됐다”고 했다.

이처럼 알파고가 인간만이 갖췄다는 고도의 승부사적 기질과 대세를 보는 직관까지 이세돌을 압도하면서 세계 바둑계는 물론 전세계인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5:0 승리를 자신하던 이세돌 역시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 9단은 2국후 기자회견을 통해 알파고의 능력을 인정했다. 상대방을 인정한다는 것은 프로 고수바둑에선 심리적 위축이 동반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세돌은 “1승이라도 건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만큼 알파고를 이기기가 녹록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의미가 된다.

이제 이세돌-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은 남은 승패가 의미가 없게 됐다. 알파고가 정밀한 수계산, 완벽한 끝내기 능력에다가 인간의 영역이었던 도전과 직관력까지 탁월함이 입증되면서 인공지능이 인간 바둑을 넘었다는 결론이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 바둑 1인자인 커제 9단도 이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였다. “알파고와 싸운다면 승리는 100% 내것”이라고 외쳤던 커제 9단은 이세돌-알파고 대국 내용을 본후 자신의 승률을 60%로 낮췄다. 그 말 역시 실현성은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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