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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CB ‘핵폭탄급’ 돈풀기…장기대출프로그램 묘수인가?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유럽중앙은행(ECB)이 10일 금리 추가 인하와 함께 대규모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그 효과가 어떻게 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의 예상보다 큰 폭의 돈 풀기 방침에 일각에서는 ‘바주카포’ ‘핵폭탄급’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지만, 별 효과 없이 거품만 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비등하다. 이 다음 시나리오는 ‘헬리콥터 머니’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ECB의 이날 결정은 ‘사상 최초 제로 금리’라는 면에서 크게 주목받았지만, 실제 효과는 양적완화 쪽에 더 기대를 걸어볼만 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금리 인하는 폭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은 데다, 최근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했다가 도리어 엔고를 초래한 일본처럼 효과도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때문에 마켓워치는 ECB의 결정 중에서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이 가장 주목할 만한 부문이라고 평가했고, 파이낸셜타임스도 ECB의 능력 대한 의심을 지워버릴 수 있는 아이디어로 이를 꼽았다. TLTRO는 대출을 늘리는 은행에 ECB가 더 싼 이자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기본적으로 0%의 기준금리가 적용되며, 적극적으로 대출을 시행하는 은행에는 최저 -0.4%의 금리가 적용된다.

ECB가 시중 은행에 이자를 지급해가면서까지 대출을 독려하고 나선 것으로, 투자ㆍ고용ㆍ소비를 살리고 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이날 ECB는 유로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0%에서 0.1%로, 성장률 전망치는 1.7%에서 1.4%로 크게 낮춰잡아 디플레이션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데릭 듀크로제 픽텟 이코노미스트는 “TLTRO 대출로 2020년까지 수천억 유로 규모의 자금이 은행권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월평균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600억유로에서 800억유로로 대폭 확대한 것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특히 자산 매입 종류를 투자등급의 비은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까지 추가하기로 한 것은 시장의 예상을 넘어선 것이었다. 이는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국채 물량이 한도에 다다른 독일 등의 국가들이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효과가 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ING-DiB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카르스텐 브르제스키는 “새로운 TLTRO는 분명 획기적이지만 먹힐 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평가를 유보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자산 매입 프로그램과 중앙은행 재정확대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중기적인 물가 상승 기대치를 2%로 끌어올리는 데 실패했다”며 이번 양적완화 역시 시장에 기대치가 선반영됐을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RBS는 소득 개선 없는 대출 독려가 빚잔치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미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유로존의 과잉부채를 감안할 때 미래로부터의 차입은 더 우려스럽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ECB가 자산 가격만 부풀릴 뿐 경제 전반에는 제한된 효과만 준다는 회의론을 날려버리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신뢰가 사라진 시장에서 기업과 가계는 대출을 원하지 않을 수 있고, 은행은 대출을 늘리는 대신 금융 시장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며 양적 완화로 인해 자산 가격 거품이 커지는 상황을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바주카포’ 혹은 ‘핵폭탄급’의 양적완화도 통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헬리콥터 머니’가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말 더비스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경제주체의 지출에 직접 자금을 대는 이른바 ‘헬리콥터 머니’가 정책 결정자들에게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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