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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권위자 "알파고, 바둑 두는 게 아니다...승률 높은 결괏값 낼 뿐"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세기의 대결’로 불리며 인간과 컴퓨터의 대결로 화제를 모았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애초부터 성립할 수 없는 대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구글의 장삿속에 전 세계가 속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인공지능 연구 1세대인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카이스트 명예교수)은 11일 "이세돌 9단이 자책하거나 낙담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인공지능의 연산 규모와 속도를 인간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평했다.

덧붙여 그는 “알파고는 방대한 계산 속에 최적의 수를 차례차례 놓는데, 우리가 알파고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착수조차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다, 컴퓨터는 실수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알파고가 세(勢)를 어떻게 움직인다’ ‘착수를 잘했다, 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알파고는 사실상 바둑을 두는 게 아니다. 생각과 감정 없이 그냥 승률이 높은 최적의 수를 찾아 결괏값을 내는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알파고가 착수를 위해 계산하는 승률이 100%는 아니므로 이세돌 9단이 이길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하지만 녹록지 못한 대국이 될 것이다. 이세돌 9단이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세돌 9단은 2국을 마친 뒤 “알파고 기량에 놀란 것은 어제로 충분했다”며 “오늘은 할 말이 없을 정도가 아닌가 싶다”고 쓴맛을 다셨다.

한편 인공지능의 위험을 경고해온 닉 보스트롬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는 지난해 세계적 강연회인 ‘테드’(TED)에서 컴퓨터가 우리보다 똑똑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에 관한 추론을 내놨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주어진 목표를 극도의 효율성으로 달성하는 기계다. 따라서 처음에 목표를 잘못 설정하면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간을 웃게 만들어라’라는 목표를 설정할 경우, 초월적인 인공지능은 사람 얼굴에 전극을 꽂고 웃게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해 이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스트롬 교수는 “윤리와 도덕 같은 인간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정교하게 정의해서 기계에 가르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기업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창업자 등도 보스트롬 교수의 저서를 트위터 등으로 추천하면서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에 극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AAAI-15 컨퍼런스에 참석한 인공지능 전문가들의 말은 조금 다르다.

알렌 AI 연구소(Allen Institude for AI)의 CEO 오렌 엣치오니는 “인공지능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은 너무 먼 미래까지 생각하는 것”이라며, “인공지능은 인간에 다양한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지, 인간을 실험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사람들이 염려하는 대로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있을 경우, 인공지능과 관련된 기술 개발을 지연시키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3국은 오는 12일 오후 1시에 열린다.

j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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