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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치ㆍ군부ㆍ실권없는 대통령의 이상한 동거…미얀마 문민정부 새 시험대에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50여년 만에 군부통치를 끝내고 다음 달 출범하는 미얀마 문민정부가 처음부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얀마 ‘민주화의 영웅’ 아웅산 수치는 10일 문민정부 첫 대통령 후보로 자신의 오랜 친구이자 운전기사 겸 비서인 띤 쩌를 지명했다. 영국 국적의 두 아들 때문에 직접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는 수치가 수렴청정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에 따라 미얀마 문민정부는 수치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군부, 실권 없는 대통령의 어정쩡한 동거가 불가피했다. 자칫 잘못하면 다음 달 출범하는 미얀마의 첫 문민정부가 첫 단추부터 삐그덕 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수렴청정 선택한 수치=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최대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이날 미얀마 의사당에서 열린 하원회의에 대통령 후보로 틴 쩌를 추천했다. NLD는 또 상원에서는 소수민족 출신의 헨리 밴 티유 의원을 추천했으며, 군부에선 현직 부통령인 싸이 막 칸을 추천했다.

이들은 상하원 의장과 부의장, 상원, 하원, 군부측 인사 등 총 7명이 참여하는 후보 검증위원회의 검증을 받게 된다. 검증을 통과하면 664명의 상ㆍ하원 의원 투표를 거쳐 최다 득표자가 대통령이 되고, 나머지 2명은 부통력직을 맡게된다.

이에 따라 대통령은 수치가 지명한 틴 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직계가족 중 외국인이 있는 경우 대선 출마 불가’ 조항을 넣은 군부의 헌법에 발목이 잡힌 수치가 사실상 수렴청정을 통한 문민정부로 방향을 튼 것이다. 영국인과 결혼해 영국 국적의 두 아들을 두고 있는 수치는 그동안 군부와 접촉해 헌법유예 방안을 모색했으나 실패했다.

수치가 대통령으로 내세운 틴 쩌는 수치와 같은 옥스퍼드대 출신이다. 틴 쩌는 수치의 가택연금 해제 후 운전기사 겸 비서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WSJ에 따르면 틴 쩌는 미얀마 국민시인 밍 뚜 웅의 아들이며, 그의 장인은 NLD 창당 주역 중 한 명인 우 린이다.

틴 쩌는 특히 수치의 오랜 친구로 수치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 중 한명으로 꼽힌다. 온화한 성품으로 당 내 인사들로부터도 폭넓은 존경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게티이미지]

출발부터 시험대에 놓인 미얀마 문민정부=수치가 수렴청정 카드를 꺼내면서 미얀마 정국은 ‘수치-군부-실권 없는 대통령’간 3각 동거체제가 불가피해 졌다. 특히 실권 없는 대통령을 놓고 수치측과 군부가 부딪힐 경우 문민정부는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 속으로 끌려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단 미얀마 문민정부 첫 대통령이 될 틴 쩌는 수치의 오랜 친구인 만큼 수치의 생각과 국정방향에 따라 국정을 운영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면에 나서지 않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어서 군부와 정면 충돌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수면 밑에는 상당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수치의 통시 스타일이 경우에 따라선 독선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다. 모든 결정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 수치의 스타일이 실권 없는 대통령과 마찰을 불러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치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대통령 위에서(above the president)”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미얀마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갖고 있는 군부와의 관계는 ‘지뢰’와도 같은 존재다. 군부는 여전히 상ㆍ하원 의석의 4분의 1과 국방부, 내무부, 국경경비대 등 3개 부처 통제권을 헌법으로 보장 받고 있다. 또 군부는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에도 부통령과 내무, 국방, 국경경비 장관, 군 최고사령관 등 6명의 위원을 둘 수 있다. 수적으로만 놓고 보면 대통령과 부통령, 외무장관 그리고 NLD 소속 상하원 의장 등 5명을 위원으로 두는 수치 측보다 우월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미얀마의 새 대통령 선출은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군부와 새로 의회를 장악한 수치 여사의 민주세력 간 민감한 관계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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