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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갑상선암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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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단은 과잉진료를 초래하고 결국 환자뿐 아니라 사회에 불필요한 짐을 지우게 한다. 무분별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금하자는 내용의 국가 권고안 제정 시도가 있었으나 대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검진 항목으로 선택하고 있으며 검진기관에서도 초음파검사를 계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상선암의 과잉진단과 과잉치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초음파 검진을 피해야 한다. 진짜 갑상선암은 매우 드문 질병이지만 초음파 검사를 받게 되면 많게는 2.6%까지 암결절이 발견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미세암의 대부분은 늙어 죽을 때까지 별로 커지지 않아 환자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중 극히 일부만이 조금씩 커져 20-30년 뒤에 수술을 필요로 하는 암이 되는 것이다. 갑상선 초음파 검진만 피하더라도 갑상선암환자수가 지금의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초음파 검진을 하지 않는 인구 6300만명의 영국의 경우 2013년에 갑상선암 환자수가 3200명에 불과하였지만 우리나라는 2013년에 4만2천 5백명의 갑상선암 환자가 등록되었다.

두 번째로 즉시 수술하는 것보다 지켜보는 것이 좋다. 손으로 만져질 정도로 큰 림프절 전이가 있거나 주위신경을 침범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추적관찰하여 혹의 크기가 매년 조금씩 커지는 것이 분명할 경우에만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간혹 전이를 걱정하는 환자들이 있는데 미세 갑상선암에서의 전이는 생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갑상선암은 주위 림프절에 미세하게 전이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성장 속도도 느리고 대부분 수술만으로도 완전 제거가 가능하므로 지켜본다고 위험에 빠지지는 않는다. 또한 폐전이를 걱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폐로 전이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걱정은 교통사고로 죽을 가능성이 있다고 외출을 꺼리는 것과 같다.

세 번째로 수술에 있어서 가급적 정상 조직을 많이 남기는 것이 유리하다. 치료만을 강조하다 보면 평생 돌이킬 수 없는 부담을 떠안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세유두암의 경우 초음파상 이상이 없다면 암이 있는 부위를 중심으로 여유를 두고 잘라내어 최소한 절반 정도의 갑상선은 남겨놓는 것이 좋다. 이렇게 치료해도 재발률이나 생존률은 모두 절제하는 경우와 같다. 1cm이하의 갑상선 유두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비록 피막을 침범했더라도, 어떻게 치료하더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미국뿐 아니라 일본도 가급적 작은 치료를 권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2015년 미국 갑상선학회의 권고안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즉 가급적 초음파검사를 피할 것, 암으로 판명되더라도 지켜보고, 실제적 위험이 확실할 때 치료할 것, 수술 시에도 보존적으로 치료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한국인이라고 체질이 미국인과 특별히 다를 까닭이 없다. 이제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용식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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