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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안 가득 ‘봄바다’의 전령, 해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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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이기며 싹 키운 해초 가장 맛있는 계절
감칠맛 일품 다시마·함초가루 등 최고의 천연조미료



봄 기운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구름이 내린 주말, 다시 곳곳에 남아 있던 겨울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소중한 주말의 여유를 허투루 보내고 싶진 않아 지인과 한남동에서 조우했다. 곧 햇빛마저 들지 않은 길가, 회색빛으로 물들어 버린 도심을 배경 삼아 앉아 리조또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한참 어두컴컴했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던 중 동그란 접시에 연두빛, 보랏빛 꽃으로 둘러싸인 리조또가 테이블 가운데에 놓였다. 얼핏 보면 꽃 같지만 누가 봐도 해초인 이 아이들을 같이 먹으라는 건지, 어쩌라는 건지…. 결국 리조또 한 숟갈에 해초 하나를 올리고 한 입 먹은 지인은 의외의 감탄사를 터뜨렸다. “같이 먹으라고 있는 게 맞네, 장식이 아니네”

의외의 타이밍에 이뤄진 해초와의 만남은 꽤 새로웠다. 본격적이지도, 진지하지도 않았지만 다행히도 평범한 리조또의 맛이 해초와 만나(후에 알았지만 세모가사리였다) 기가 막힌 감칠맛을 내는 ‘훌륭한’ 한 접시가 됐다. 김에 밥을 싸먹고, 미역국을 끓여먹을 줄만 알았지, 생소한 바다의 ‘풀’이 그럴듯한 레스토랑에서 그럴듯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터였다. 



▶봄날의 해초를 맛보다=연한 녹빛의 새싹이 봄을 알릴 때 바다도 봄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따뜻한 봄기운이 밀려올 때쯤이면 바다에서도 엉성한 겨울을 버텨내고 미역, 다시마, 톳 등 해조류들이 ‘맛있어’진다.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해 ‘바다의 청정채소’라고 불리는 해초들은 겨우내 싹이 나고 봄까지 자라기 때문에 초봄이 가장 제철이다.

‘리얼푸드’에 따르면 해초가 가지고 있는 영양,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지금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해초가 건강식으로 주목 받으면서 외식업계 곳곳에 파고든 해초들을 만나보든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봄날의 밥상을 더 풍성하게,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줄 바다의 꽃, 해초에 대해서 알아봤다.

해초 하면 떠오르는 것이 김이다. 밥상도 하물며 안주상 마저도 김 하나만 있으면 왠지 안심이다. 해초 중에서도 친숙한 식품인 김은 동의보감에서 “치질을 치료하며 벌레를 죽인다. 토하고 설사하는 것, 속이 답답한 것을 치료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김에는 눈 건강을 지켜주는 비타민 A가 시금치의 약 8배나 들었고, 비타민C 함량도 높아 피로 회복, 체내 독성물질 제거에 도움을 준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도 풍부하며 우리 몸에 에너지를 내는 것을 돕는 비타민B1도 다량 들어있다.

김이 단백질이 많은 해조류라면 파래는 철분이 많은 해조류로 꼽힌다. 김과 비슷하지만 더욱 푸른빛을 내는 파래는 칼륨, 요오드, 칼슘, 식물성 섬유소 등이 풍부하다.

특히 파래에 들어있는 칼슘은 골다공증 예방에도 탁월하다. 흔히 무채와 함께 새콤달콤하게 무쳐먹거나, 부침으로 만들어먹기도 한다.

생으로도 무침으로도 국으로도 많이 이용되는 미역 역시 철분이 풍부해 빈혈 예방에 좋고 엽산도 풍부하기 때문에 산모들의 신체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적은 양을 먹어도 포만감을 쉽게 느끼고 섬유질도 풍부해서 다이어트를 할 때 먹어도 좋다. 칼슘, 단백질, 마그네슘이 다량 들어있다.

감칠맛이 일품인 다시마에 들어있는 라미닌이라는 아미노산은 혈압을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다시마를 감싸고 있는 끈적한 성분인 알긴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조절에 탁월하다. 비타민C도 풍부해 몸의 신진대사를 도와준다.

▶감칠맛 일품…천연 조미료로 떠오르다=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착감기는 맛, 이른바 ‘감칠맛’이 공식적으로 대두된 것의 출발점은 바로 다시마였다.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의 맛이 단맛과 신맛, 쓴맛, 짠맛과는 다르다는 것을 식별, 감칠맛이라는 제 5의 맛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해초가 가진 감칠맛을 조리에 사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다양한 해초 가루다. 말린 해초를 활용해 고추나 새우등을 함께 갈면 맛과 건강을 살린 해초 조미가루를 만들 수 있다.

함초의 생즙을 말려 만든 함초소금은 고혈압과 염증치료에 좋은 함초의 영양까지 그대로 담고 있다. 피를 맑게 해 혈관을 건강하게 하는 톳 역시 시중에 가루제품으로 출시되고 있는데, 찌개나 탕, 찜 요리 등을 할 때 한 수저씩 넣으면 음식에 깔끔한 감칠맛을 더한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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