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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유일호의 안이한 경기인식
청와대와 정부의 안이한 경제상황 인식이 도마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주초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경제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발언한 데 이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동아M토크’ 강연에서 “경제상황보다 심리가 더 큰 문제”라며 “과도하게 비관할 필요 없다”고 낙관론 확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다 기재부는 국책 및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경제상황 평가와 동떨어진 진단을 내놓아 혼란을 키웠다. 기재부는 9일 ‘그린북’을 통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 일시적 요인으로 내수도 조정을 받는 모습”이지만 “수출부진이 완화되고 있고 승용차 개소세 인하 연장 등이 내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런 분석은 “최근 주요지표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우리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평가나, “현 경기상황은 외수(수출)불황이 내수불황으로 전염되는 단계로 이를 방치할 경우 장기간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경고와 크게 다른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긍정적 요소가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며, 똑같은 데이터라도 비교시점이나 비교대상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다른 분석결과가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공감과 신뢰며, 그것이 있어야 심리도 살아난다.

더구나 불과 2~3주 전 쟁점법안 처리를 촉구하며 위기론을 펴던 정부가 갑자기 낙관론으로 돌아서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서 현 정부의 경제실정을 부각하자 청와대와 정부가 ‘정치적’으로 낙관론을 들고나온 측면이 강한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제의 ‘정치화’가 심화되면 경제는 방향을 잃고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뭐라고 해도 지금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청년과 자영업자, 서민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을 솔직히 드러내고, 고통을 나누고, 난관을 극복할 지혜를 모으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임을 되새겨 볼 일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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