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슈퍼리치]여성친화적 ‘친환경 콘돔’으로 주목 …28세 여성 기업가
-‘왜 콘돔은 ‘남성성’에 집착하나’ 의문…친환경 콘돔업체 ‘서스테인’ 창업
-“性제품 구매자 40%가 여성” 착안...성분 투명성ㆍ포장친화적으로 '대박'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천예선 기자]‘콘돔은 왜 남성편향적인가?’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다. 콘돔 매장에 들어서면 ‘강한 남성’을 과시하는 포장부터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실제로 콘돔 소비자의 40%는 여성이라는 것. 올해 28세인 미카 홀랜더(Meika Hollender)가 여성을 겨냥한 친환경 콘돔ㆍ윤활제 브랜드 ‘서스테인(Sustain)’을 창업한 이유다. 

친환경 성관련 제품 기업 ‘서스테인’ 창업주 미카 홀렌더

서스테인은 ‘지구와 몸에 좋은 유기농 섹슈얼 헬스케어 용품’을 표방한다. 공정무역을 통과한 콘돔과 수용성 윤활제를 사용하고, 면100% 성관계 후(Post-Play) 물티슈 등 친환경 성분 제품이 포인트다.

▶父女 의기투합 ‘콘돔사업’=미카가 서스테인을 창업한 것은 2년 전이다. 뉴욕대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직후 아버지 제프리 홀렌더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부녀(父女)가 성관계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 ‘흔히 있을 법한 일’은 아니지만 미카의 아버지 이력을 보면 그럴만 하다.

제프리는 친환경 세제와 기저귀로 유명한 ‘세븐스 제너레이션(Seventh Generation)’ 공동창업자다. 1988년 설립된 이 회사는 할리우드 여배우 제시카 알바가 창업한 친환경 유아용품업체 ‘어니스트 컴퍼니(Honest Company)’를 비롯한 친환경 브랜드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 부녀에게 정작 여성 생리용품 판매를 제안한 것은 변호사인 어머니 쉴라였다. 제프리는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의 권유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고 회고했다.

▶남성 어필 콘돔 포장은 ‘NO’=미카는 아버지와 뜻을 같이해 ‘서스테인’의 마케팅 전략으로 여성에 초점을 맞췄다. ‘남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콘돔 포장재질부터 유기농ㆍ 친환경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고안했다.

미카는 “기존 콘돔 포장의 대부분은 어두운 색깔에 ‘매그넘(大)’이라는 단어가 크게 박혀 있다”며 “콘돔 최대 제조업체 ‘트로이(Troyjan)’ 로고 조차도 로마제국 전사”라고 말했다. 

서스테인 제품 포장 디자인은 왜곡된 ‘남성성’ 대신 친환경을 강조한다.

그러나 미카는 콘돔 구매자의 40%가 여성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윤활제의 경우 여성 구매 비율이 더 높다. 실제로 서스테인의 간판상품은 콘돔이지만 윤활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일반 소매점에서 여성이 성관계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왜 제조사들이 여성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는지 의문이었다”고 말했다.

미카는 그 배경에 “성에 대한 문화적 편견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공공연하게 성을 즐기거나 성에 관해 적극적인 관리를 하는 여성은 음란한 여성으로 취급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첨단 도시로 일컬어지는 뉴욕에서조차 2014년까지 콘돔 휴대가 매춘 용의자를 체포하는 근거가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하지만 미카는 이같은 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실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직시했다. 서스테인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보다 아름답고 친환경적으로 만든 이유다.

여성 구매가 높은 서스테인 윤활제.

미카의 전략은 적중했다. 서스테인 제품은 성분의 투명성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층을 파고 들었다. 창립 2년 만에 서스테인 제품은 200개 홀푸드(Whole Foods)와 200개 타겟(Target) 매장을 포함해 미 전역 4000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올해 매장 2배…250만달러 유치도=미카는 앞으로 2016년까지 매장을 8000개로 늘리고 건강한 성생활을 위한 ‘우산’이란 모토 아래 최소 5개 신제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사업확대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최근에는 250만달러(약 30억원) 투자 유치도 이뤄냈다. 출자자 중에는 세븐스 제너레이션의 현 최고경영자(CEO)인 존 리프로글(John Replogle)와 소프트웨어업체 아사나(Asana) 공동 창업자 저스틴 로젠스타인(Justin Rosenstein), 패션 신생기업 ‘써드러브(ThirdLove)’의 하이디 잭(Heidi Zak) 등 굴지의 기업가들이 포함됐다. 

서스테인은 저소득층 여성 건강을 지원하기 위해 세전소득 10%를 기부하고 있다.

▶세전이익 10%는 기부=서스테인은 친환경 성관련 제품 업체로서 여성의 건강을 위한 기부에도 동참하고 있다. 세전이익 10%를 기부한다는 것이 목표다.

특히 미국의 저소득 여성의 성건강과 가족계획을 지원하는 단체가 핵심단체다. 이 중에는 미국 전역에서 낙태 클리닉을 운영하며 반(反) 낙태론자들의 맹공을 받고 있는 비영리기구(NPO) ‘플랜드 페어런트후드(Planed Parenthood)’도 포함된다.

미카의 플랜드 페어런트후드 지원으로 일부 고객들은 낙태권리옹호 기업이냐며 쓴소리를 하기도 했지만 “세상의 견해는, 불행하게도 양극화돼 있다”며 “우리는 성관계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로서 이 단체를 지원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cheo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