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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택 실종 7세 아들, 병든채 아동센터서 끼니 해결”
아동센터 측 증언…“남매 행색 초라하고 배고파 해”

“집안일 말하지 말랬어요”…학대 의심 신호 있었다

“’주먹밥 들키면 혼난다‘…신발주머니에 숨겨가기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계모의 학대를 받다 보름 넘게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A(7) 군이 1년 가량 경기 평택의 모 지역아동센터를 오가며 끼니를 해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센터 측은 “아이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 학대를 의심해 부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남편과 전처가 낳은 A군을 길에 버린 혐의로 지난 8일 체포된 계모 김모(38) 씨와 친부 신모(38) 씨 부부를 9일 구속했다. 


A군이 다니던 평택의 한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2013년 겨울부터 동네를 돌아다니던 A군 남매는 한겨울인데도 얇은 옷을 입는 등 행색이 초라해 한눈에 보기에도 ‘방임’ 아동임을 알 수 있었다”고 이날 밝혔다.




센터 측은 이 즈음부터 A군 남매를 데려다 식사를 챙겨주는 등 돌보기 시작했다. 이 관계자는 “A군 남매는 ‘밥을 먹지 못했다’, ‘배가 고프다’고 말했지만, ‘밖에서는 집안일을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속내를 털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주먹밥 등 먹을 것을 손에 쥐어주면 ‘엄마(계모)에게 들키면 안 된다’며 신발주머니에 숨겨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각각 다니던 이들 남매는 방학 때는 센터 운영 시간인 오전 11시에서 오후 8시까지 대부분을 머물렀고, 학기 중에는 방과 후 들러 끼니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세 달 가량 센터를 오가던 A군 남매는 2014년 4월 초 긴급아동추천서를 통해 지역아동센터에 정식으로 등록됐다. 원래대로라면 부모의 동의를 받아 돌봄이용신청서를 쓴 뒤 시ㆍ군ㆍ구를 통해 등록해야 하지만, A군 남매 부모의 소득 수준 등이 높아 기준과 맞지 않았던 탓이었다.


또 다른 센터 관계자는 “A군 남매의 아버지가 이혼 과정(소송) 중이어서 아이를 돌볼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 센터 직원이 아이들을 한 달여 동안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돌보기도 했다”며 “A군을 씻기려고 보니 양 허벅지와 종아리에 회초리로 맞은멍자국이 다수 발견됐다”고 증언했다. 또 “(학대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길게 얘기한 적은 없지만, 이따금씩 ‘맞았다’, ‘혼났다’는 말을 해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학대당한다는 걸 짐작했다”고 설명했다.


2014년 5월 A군 남매는 일단 친모에게 갔다가 다시 아빠와 계모에게로 보내졌고, 연말까지 센터에 다니다 더 이상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센터 관계자는 “A군 남매의 친모를 통해 아이들을 친부와 계모에게 돌려보냈고 이후 A군은 인근 병설유치원에 다니다가 2014년 12월 초부터 찾을 수 없었다”며 “의심스러워 A군 부모와 연락을 끝없이 시도했지만 더 이상 간섭하지 말라는 말만 돌아왔다. 결국 장기결석이 돼 2015년 3월 등록을 해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치원을 통해서도 A군이 추운 날씨에 얇은 옷을 입고 다니고, 비가 와도 우산 없이 다니는 등 방임 정황을 들었지만, 센터가 강제력을 가진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며 “아이가 잘 있기만을 바라고 있다. A군을 찾기 위해 경찰 수사 등에 협조하겠다”고 강조했다.


A군의 실종 소식에 가족과 이웃주민들의 충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A군의 할머니는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던 아들이 손녀를 보내 홀로 키우고 있었는데, 정작 아범이 돌보던 손자가 실종됐다니 너무 속상하고 믿기지 않는다”며 “3대독자인 우리 손자를 내가 직접 찾아다니고 있다. 누구든 우리 손주를 좀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A군이 최근 몇 년 전까지 주말마다 찾은 평택 시내 친할머니 집 이웃 주민들도 역시 안타까워 했다. 한 주민은 “아이가 언제 없어졌는지도, 생사도 알 수 없으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라고 안타까워 했고, 또 다른 주민은 “실종 소식을 들은 친할머니가 온종일 손자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다. 속히 행방이 확인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A군이 살던 평택시 포승읍 주민들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실종 아동 전단을 돌려보는등 A군 찾기에 나섰다. 한 이웃은 “A군 남매의 행색이 초라해 부모가 잘 돌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실종됐다니 충격”이라며 “간식을 주면 나눠 먹고, 등·하교를 엄마 없이 둘이 하던 남매를 기억하는 주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전단을 돌려보고 있다”고 전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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