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판은 승부의 바로미터다. 흔히 고수들 사이에선 5번기가 이뤄질때 첫판을 이기면 여세를 몰아 승기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세돌이 이긴다면 이기는대로, 진다면 지는대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은 분명하다.
통상 ‘우주의 진리’가 담겨 있다는 말을 듣는 바둑은 직관과 감각, 상상력과 창의성이 가미된 게임으로 인간 고유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이세돌이 진다면 인공지능이 체스나 퀴즈는 물론 바둑영역까지 인간을 누른 셈이돼 인공지능시대의 파상 공세를 예고케 하는 일대 사건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물론 인공지능 진화가 거듭될수록 언젠가는 바둑 영역도 넘겨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만큼은 인공지능 공격을 단칼에 무너뜨렸으면 하는 게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이다.
첫 대국을 앞둔 이세돌 9단은 여전히 자신감을 보였다. 얼마전까지 “5:0으로 이긴다”고 했던 호언장담은 누그러졌지만, 패배는 없다는 확신을 내보였다.
이세돌 9단은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매치 기자간담회에서 “아직도 여전히 자신감은 있다”면서도 “5대 0으로 승리하는 확률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조금 긴장된다는 표현도 썼다. 슈미트 구글 회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기에 약간의 배려의 표현을 내놨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알파고가 점점 연구해보니 손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행간도 읽힌다. 하지만 여전히 승리 자체에 대한 확신은 짙어보여 세간의 인간승리 예상에 힘을 보탰다.
행사에 참석한 구글 개발자인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10월과 비교할 때 지금의 알파고는 더 강력해졌다”고 했다. 허사비스는 “판후이 2단과 대국을 치른 이후 알파고가 많은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고도 했다.
그는 “알파고가 자가학습으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를 생성했고 이를 바탕으로시스템이 향상됐다”며 “이세돌 9단과 어떤 식으로 경기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세돌의 자신감대로 승리로 연결할지, 업그레이드된 알파고가 이세돌을 넘을지는 9일 첫판이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던 9일 오후 5~6시에는 둘 중 하나는 울 수 밖에 없게 됐다. 9일 대국은 오후 1시에 시작된다.
ys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