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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여성의 날] 젊은엄마를 위한 일자리는 없다?…시간선택제 근로제 있으나마나
현실은 초과근무등 불가피
6명중 1명꼴 선택제 포기
육아전념 도입취지 실패
저임금에 노동의 질도 낮아


박근혜 정부는 2013년 고용률 70% 달성과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확충하겠다고 나섰다. 이같은 정책은 일자리 쪼개기를 통해 청년 실업을 해소하겠다는 시도인 동시에 아이 생각에 직장에서도 마음이 심란한 여성들이 근무 시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면서 육아에도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2년 이상 시간이 흐른 지금 이미 시간제 노동을 하고 있던 여성들조차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포기하고 있다. 근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는 현실이 걸림돌이다.

고용정보원의 고용동향 브리핑보고서에 따르면 시간제 일자리를 가진 여성 중 아이를 낳고 키우는 주 연령층인 20~40대 여성의 비율이 최근 5년 간 급격하게 줄었다. 시간제 노동을 하는 여성 중 20세 이상 49세 이하의 비율은 2010년 58%에서 2015년 47%로 11%포인트 감소했다. 시간제 노동 여성 6명 중 1명은 시간제 노동을 그만둔 것이다.

같은 기간 55세 이상 여성들의 시간제 노동은 26%에서 37%로 11%포인트 늘어 젊은 여성들의 줄어든 시간제 일자리 수요를 그대로 흡수했음을 보여준다.

정부가 결혼과 육아로 이어지는 생애주기별 모성 보호를 지원하기 위해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적극 확충키로 했음에도 ‘젊은 엄마’들이 시간 선택제 일자리를 외면하는 이유는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가 시간선택제 근무를 하고 있는 22명의 여성 노동자를 심층 면접한 결과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여성들의 육아에 도움을 주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준다.

이 면접에서 초등학교 이하 자녀를 둔 20~40대 여성들은 “시간 선택제 일자리라고 하더라도 해야할 일이 전체 근로시간에 걸쳐 주어지는 사무실의 현실 상 초과근무는 필연적”이라고 전했다.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여성은 “규정 근무 시간은 5시간이지만 실제로는 쏟아지는 업무량에 30분의 휴게시간에도 일을 해야 하고 매일 1~2시간은 초과 근무를 해야 해 전일제와 별 다른 점이 없다”고 밝혔다.

초과 근무를 했더라도 초과근무 수당을 받기 어렵다. 근무시간을 자신이 선택했다는 이유로 초과 근무 가능성을 원천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당을 신청하면 근무능력이 부족해 정해진 근무시간에 일을 마치지 못 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우려하는 면접 참가자들이 많았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둔 여성의 경우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이후인 오전 9~10시부터 근무를 시작해 어린이집 하원 시간인 오후 4시 이전에 근무를 끝내길 선호한다. 그러나 면접참여자들의 근무시간은 오후 4시를 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어린이집이 끝나면 아이를 학원에 보내거나 할머니나 친척에 맡겨야 한다. 시간선택제라고 해서 주변의 도움없이 어린 아이를 키우기는 어렵다”는 게 이들의 고충이다.

더 큰 문제는 보육에 도움이 안되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가 고용의 질조차 낮다는 점이다.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으면서 국민연금ㆍ고용보험에 가입되고 계약직이 아닌 시간 선택제 일자리 비율은 2014년 현재 5.9%에 불과했다.

장수정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간제 노동의 확산으로 여성의 이중 역할이 가중되고 장시간 근로가 확산되고 있다”며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보호장치와 부모권이 확보되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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