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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푸드]서경원 기자의 ‘리얼 다이어트’<3>소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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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옛속담에 ‘평안감사보다 소금장수’, ‘소금장수 사위 보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부터 소금은 귀한 존재였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로마 병사가 월급을 소금으로 받아 소금(salt)이 샐러리(salaryㆍ봉급)의 어원이 됐다는 이야기도 잘 알려진 사실이죠. 시대에 따라서는 소금이 황금과 맞먹을 정도로 막강한 결제수단이자 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소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극진한 대접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소금이 요즘처럼 찬밥 신세가 된 적이 있었을까요. 기술 발전으로 소금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마도 주된 원인은 건강일 것입니다. 소금을 과다 섭취하면 고혈압 등 각종 성인질병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저염식=건강식’이란 공식이 정설화됐죠.


[사진출처=123RF]

‘고염=고혈압’ 공식의 진실은?=이른바 ‘소금 유해론’은 1904년에 의학자 암바드와 보자르에 의해 처음 제기됐습니다. 임상실험 결과 저혈압 환자의 경우 소금 섭취시 혈압이 높아졌고, 고혈압 환자는 소금기 없는 과일 위주의 식사를 하자 혈압이 낮아졌다는 결론을 도출해 냈습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의학계를 중심으로 식염 섭취량과 혈압 상승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주장이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이것이 국내에도 별다른 여과없이 유입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도 소금이 고혈압의 주범처럼 간주되고 있습니다.

소금과 혈압 사이에 상관성이 있다는 주장을 풀어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우리 몸에 소금이 들어가면 나트륨이 축적됩니다. 그러면 우리의 혈관은 혈액의 염분 농도를 유지시키려는 반응을 일으킵니다. 바로 혈관 안으로 수분을 빨아 들이는 작업인데요, 잘 알고 있는 삼투압 원리에 따라 혈관 밖 체액에 있는 수분을 가져오는 것이죠. 이런 과정에서 혈관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혈액이 발생되다 보니 혈압이 높아지는 결과를 야기시킨다는 원리입니다. 당장 수치로 보여지다 보니 소금을 무조건 자제하는 것이 고혈압을 예방하는 길이다라는 결론이 나오게 된 것이죠.

하지만 소금 섭취로 인한 혈압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란 실험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사실 혈압이 높아지는 것은 1차적으로 혈류량 증가에 있지만 원천적으론 평소 잘못된 식습관에 따라 혈관 곳곳에 쌓인 노폐물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 소금 섭취로 혈액이 늘면 순환량도 증가하기 때문에 우리 몸에 이롭다는 점을 간과하게 되기 쉽다는 비판도 제기됐죠. 기본적으로 혈액 순환 자체는 건강과 생명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을 주지의 사실입니다. 초반엔 다소 유동 압력이 높아지더라도 몸에 좋은 것일 수 있단 말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금 안 먹으면 심장마비 올 수도”=좀 더 전문적으로 소금과 성인병의 관계성에 반론을 제기한 연구 결과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미국 오리건 주의 포틀랜드 의과대학 교수인 레빗드 막 가론 박사 연구진이 미국 1만37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고혈압은 식품 속에 포함된 염분을 과잉섭취하기 때문이 아닌 칼슘 섭취 부족에서 발생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혈압이 높은 사람이 정상인에 비해 19.6%나 칼슘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미 1983년 세계의사회도 식염량과 고혈압 사이에는 과학적 연관성이 없다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죠.

소금을 먹지 않으면 심장마비가 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미국 코넬 의대와 아인슈타인 의대의 공동연구 결과를 보면 소금을 많이 섭취한 고혈압 환자군보다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서 심장마비가 일어날 위험이 4배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 1998년 마이크 올드만 교수는 1만134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소금을 적당히 먹는 것이 심장마비를 크게 줄일 수 있으며,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염식을 속히 중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실 소금보단 소금을 많이 넣어 먹는 음식이 문제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문의 출신의 존 맥두걸 박사는 나트륨 섭취가 부족하면 오히려 더 성인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염식이 나쁜 이유도 소금 자체보다는 소시지, 치즈 등 식염이 다량 들어가는 음식이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죠. 생각해보면 곡물, 채소 등에는 소금을 많이 쳐 먹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금은 인체 필수 성분이란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소금의 염소(Cl) 이온은 위액의 연료인 위염산을 만듭니다. 따라서 소금을 안 먹거나 적게 먹으면 위액 형성이 방해를 받기 때문에 자연스레 소화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적혈구의 주성분이 철분인데, 이 철분을 소화시키는 것이 바로 위염산입니다. 결국 소금을 안 먹으면 적혈구 수치가 떨어지고 빈혈이 올 수 있다는 것이죠.

몸의 탈수를 막는 소금=우리 몸 안에는 물이 꼭 있어야 합니다. 몸에 수분이 부족하면 혈액 생성이 더뎌져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질병이 발생될 수 있고, 신진대사를 저해하기 때문이죠. 혈액의 55% 이상도 수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몸이 아플 때 맞는 링거 주사액의 성분도 체액과 염도(0.9%)가 비슷한 생리식염수라는 점은 많이 알고 계실 것입니다. 노화라는 것도 결국 몸 안의 수분 비율이 줄어드는 과정이라고 하죠. 어린 아기 몸에서 수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90%이지만 청소년이 되면 70%로 떨어지고, 중년이 되면 60%가 됐다 노인은 60% 이하로 떨어진다고 합니다. 세포에 수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수축 과정을 거쳐 주름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바로 소금이 체내 수분을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물만 먹는다고 해서 체내 수분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죠. 가끔 물을 마실수록 목이 마른 경우가 있는데, 염분이 부족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물을 많이 들이키면 물은 이뇨제로 작용해 몸의 탈수를 더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일정량의 염분이 체내에 있어야 필요한 물은 흡수하고 불필요한 물은 배출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몸 안에 물이 부족한 이른바 탈수 현상은 각종 질병의 보이지 않는 원인이 됩니다.



‘좋은 소금’을 먹자=사실 소금을 적게 먹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저염식을 고집할수록 힘이 빠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질 낮은 탄수화물이나 설탕으로 에너지를 보충하게 되는 현실인데요, 이럴수록 한 끼만 걸러도 손이 떨리고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결국 가공식품과 설탕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보니 체내 혈당이 빠르게 올라갔다 떨어지는 저혈당증의 원인으로 작용,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되고 있습니다. 소금은 아이들을 비롯해 설탕에 길들여진 입맛을 바꾸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대신 아무 소금이나 먹어선 안되겠죠. 특히 바닷물에서 염화나트륨만 분리해 만든 정제염은 99.9%가 나트륨이라 오히려 우리 몸 속의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 성분을 용해, 소변이나 땀으로 배출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바닷물을 그대로 증발시켜 얻은 천일염이나 천일염을 대나무 안에 넣어 고온에서 구운 죽염 등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또 천일염과 죽염은 정제염에 비해 미네랄 성분히 훨씬 풍부합니다. 부산대 식품공학과 박건영 교수에 따르면 칼슘은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10배 가까이 많고, 마그네슘은 1000배나 많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천일염은 별다른 정제과정을 거치치 않아 불순물이 많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목포대 천일염연구센터가 국내 5개 지역(전남ㆍ충남ㆍ전북ㆍ경기ㆍ인천)에서 생산된 202개의 천일염을 분석한 결과, 중금속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아주 미미해 인체에 안전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환경호르몬 역시 아예 없거나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연구도 나왔습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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