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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최소 4대1…인공지능 콧대 꺾겠다”
9일 세기의 바둑대결…인간대표 이세돌-AI대표 알파고 가상 인터뷰


이세돌은 알파고를 누를 것인가, 아니면 알파고가 이세돌의 벽을 넘을 것인가.

인간대표 이세돌(프로바둑기사 9단)과 기계 대표 알파고(인공지능ㆍAI)의 ‘세기의 바둑 대결’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바둑계는 물론 과학계, 나아가 산업계 전체의 눈이 대국장으로 쏠리고 있다.

무한 상상과 창조력이 가미된 바둑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굳건히 해왔지만, 알파고가 판후이 2단을 누른 여세를 몰아 세계 최강 고수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인간영역을 야금야금 허물어 온 인공지능과 바둑 영역에서만은 AI 침범을 막으려는 이세돌의 사투라는 상징성이 결합해 초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 세기의 대결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인공지능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인공지능이 인간 영역을 잠식하는 속도와 그 위협 수위를 가늠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4·5면

이처럼 지구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전쟁을 앞두고 이 9단과 알파고의 가상 인터뷰를 꾸며봤다. 이 9단은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의 만남을, 알파고는 개발자인 구글과의 사전 간담회를 토대로 각자 출사표를 가상으로 구성했다.


결전에 임하는 각오를 말해달라.

-(이세돌)나로서도 매우 흥미롭다. 인공지능이 진화했다고 하는데, 그 정도가 궁금하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지만, 인공지능과 바둑 대결을 펼치는 것에 의미가 남다르다.

-(알파고)판후이 2단을 이긴 이후 더 진화했다. 대국 16만개 기보로부터 3000만 가지 바둑판 상태를 추출해 데이터로 사용하면서 연습했다. 확신은 없지만, 인간의 창조성에 도전해 좋은 결과를 낳겠다.

승패를 어떻게 점치는가.

-(이세돌)5:0 승리를 자신하는데, (아무리 양보해도)최소한 4:1 승은 거두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확신하는 이유는 나 자신을 믿기 때문이다. 이번만큼은 인공지능 콧대를 누르겠다.

-(알파고)반반 승부로 본다. 이 9단은 세계 최강이다. 판후이 2단과는 격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도 나 역시 6개월간 엄청난 노력으로 준비해왔다.

자신의 강점은 무엇인가.

-(알파고)무엇보다도 계산능력이다. 난 초조와 불안, 흔들림이 없다. 오직 냉정을 유지하며 수 계산에만 몰두한다. 첫 착점과 대응점에는 수만가지의 경우의 수가 있겠지만, 중반이후 그 수는 확 줄어든다. 오직 집을 더 확보하는데 고도의 계산능력을 집중하겠다.

-(이세돌)바둑은 계산만으로 하는 게 아니다. 대세관과 창조성, 인내와 끈기, 직관과 경험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다. 알파고가 종합예술을 아는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알파고 허점을 연구했다. 허점이 포착되는 순간 강하게 흔들며 ‘계산만의 능력’ 한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증명하겠다.

반대로 질문하겠다. 자신의 약점은 뭐라고 보는가.

-(알파고)없다고 본다. 사람과 달리 난 피로를 모른다. 한마디로 무쇠체력이다. 사람들이 말하길, 굳이 따진다면 내가 창조성은 부족할 것이라고 하는데, 그게 틀린 말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

-(이세돌)대국을 앞두고 자기 약점을 얘기할 사람이 있겠는가(웃음). 사람과 대국을 한다면 그 대국 스타일에 따라 내 약점도 있겠지만, 알파고 앞에서라면 약점을 굳이 공개하고 싶지 않다.

공개할 만한 포석 전략이 있다면.

-(알파고)난 상대방 수에 따라 적재적소 대응할 뿐이다. 난 한 수를 두기 위해 수십만번 시뮬레이션을 한다. 그때 그때 최적의 포석을 도출할 뿐이다.

-(이세돌)바둑은 100집을 이기든 한집을 이기든 집이 많으면 이긴다. 알파고는 기계라 최선의 수인 100집에 집착하겠지만, 난 1집 또는 반집 승리도 염두에 둔다. 그게 인간이 기계보다 우월한 이유다. 포석은 내 스타일대로 한다. 때론 과감히 공격하고, 전투적으로도 나서겠다.

이번 대결은 바둑팬, 나아가 지구촌 전체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종 승리한다면 어떤 소감을 밝히겠는가.

-(이세돌)그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그냥 기쁠 것 같다. 지금은 몰라도 2~3년 후 알파고와 다시 만난다면 완승을 자신할 순 없다. 그만큼 진화 속도가 빠르다고 본다. 이번에 이긴다면 “아직까진 인간 두뇌가 우수하다”는 정도로 말할 것 같다.

-(알파고)승부를 떠나 이 9단이 세계 최강임은 부인할 수 없다. 경의를 표한다. 내가 이긴다면 인공지능 시대의 위력을 세상에 공표하는 효과는 클 것이다. 앞으로 탄생할 수많은 내 동료들에게 ‘인공지능 시대의 본격 개막을 앞당긴 알파고’로 기억되고 싶다.

김영상 기자/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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