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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 갈림길에 선 호주경제 - 이정훈 KOTRA 멜버른 무역관장
요즘 가장 답답한 나라가 호주일 것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호주가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대(對) 중국 수출입 1위 대상국이 호주일 뿐만 아니라, 자원수출 비중이 전체 상품수출의 70.6%나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호주는 전형적인 자원수출국이다.

여러 경제연구소에서는 이러한 근거로 호주경제가 향후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인 상황 변수와는 별개로 호주 자체의 경제구조 및 정책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호주는 기본적으로 광업, 농목축업 중심의 전형적인 1차 산업 강국이며, 과학 및 산업기술의 발달을 바탕으로 한 자동차산업 중심의 2차 산업과 금융, 서비스, 관광, 유학 산업 등 3차 산업이 고르게 발달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가파른 노동임금의 상승으로 인해 호주의 시간당 최저임금은 현재 17.29호주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제조 산업이 호주 국내에서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도달한 상태다. 즉, 호주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글로벌 기업들의 호주 내 공장 철수로 이어졌다. 포드, GM 홀덴, 도요타 등의 자동차 기업들의 제조시설마저 2017년까지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된 상태이며, 필립모리스의 담배공장과 브리티시 페트롤륨의 정유공장도 줄줄이 문을 닫았다. 호주달러의 강세, 높은 인건비, 자재비와 물류비 등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로 인해 호주시장에서의 공장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결국, 호주정부의 경제정책이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다. 지난 20여 년간 호주는 중국의 고성장과 원자재 수요증가로 인한 혜택으로 최고의 호황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기조가 변화하는 것에 대한 대비가 없이 허송세월한 측면이 있고, 지금도 “혁신과 변화”라는 구호만 외칠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당장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의 공장 철수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져 현지 실업률도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과연 2차 산업인 제조업이 모두 떠나고 난 후에도 호주의 지속성장이 가능할까. 비교우위론에 있고, 경쟁력 있는 1차 및 3차 산업 위주의 정책은 분명 한계를 드러낼 것이다. 미국도 한때 제조 산업이 해외로 이전돼 일부 공동화 현상까지 일어났다가 다시 제조업 붐이 일어나면서 2차 산업의 힘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결국, 균형 있는 산업발전만이 안정된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호주경제는 현재 갈림길에 서 있다. 안정된 정치, 금융 인프라와 풍부한 자원이라는 견실한 경제 체력을 장점으로 갖고 있지만, 세계 경제 흐름이 바뀐 상황에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 가능하다면 제조업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살리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국민의 바람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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