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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세돌 vs 알파고 D-3] 인간 vs 기계 승자 누구냐…3가지 핵심포인트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말 그대로 인간 대 기계의 역사적인 전쟁이다. 판후이 2단을 누른 여세를 몰아 알파고는 세계 최강의 이세돌 프로기사(9단)에 도전장을 냈고, 이 9단은 기꺼이 대결을 받아들였다.

철저한 수읽기 외에도 인내와 끈기, 창의성을 요하는 바둑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져왔다. 이세돌이 이긴다면 현재로선 바둑이 기계가 넘을 수 없는 인간영역임을 재확인하는 것이고, 알파고가 이긴다면 바둑 영역마저 기계에 넘겨주게 된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이 대결을 세기의 전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반상대결은 오는 8일 포시즌스 호텔에서 사전 기자간담회를 시작으로 총 5번의 열전에 돌입한다. 대국방식은 호선으로 진행되며, 1국은 3월 9일, 2국은 10일, 3국은 12일, 4국은 13일, 5국은 15일에 각각 오후 1시에 열린다. 우승자에겐 100만달러 상금이 주어진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첫판이 승부 바로미터=첫 대국이 가장 중요하다. 이 9단이 첫판을 이긴다면 파죽지세로 5연승을 달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로 첫판을 알파고에 내준다면 고전이 예상된다. 승부를 알수 없다는 의미다.

알파고는 말 그대로 기계다. 철저히 그동안 학습한 수천, 수만, 수억판의 대국을 기억했다가 최적의 수를 찾아내 승부를 건다. 실수란 없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이 세계 최강 이세돌 앞에서도 5:5 승부를 기대하는 건 이 때문이다.

알파고는 10만 가지 결과 중 이긴 경우가 많은 쪽으로 다음 수를 결정한다. 특히 중반 이후에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있다. 이세돌 9단이 초반에 승기를 잡지 못하거나, 중반 이후에 실수하면 패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는 판후이 2단과의 승부 이후 400만번 이상의 대국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9단과의 대결 방식이 판후이 2단 때보다 제한시간이 2배라는 점도 알파고에 유리하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첫판부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판후이 2단과의 기보를 검토한 후 그는 “충분히 이긴다”고 했다. 알파고가 아무리 뛰어난 인공지능이라고 하더라도, 자신보다는 한단계 낮다는 것이다.

이 9단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2~3년 후라면 고민해보겠지만, 현재로선 이길 수 있다”고 했다. 5:0, 최소한 한판을 내준 4:1 승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9단은 상하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하는 것은 내 자신을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알파고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흔들기 vs 냉정=주목되는 것은 이 세상 모든 바둑대국에 같은 경우의 수는 없다는 것이다. 불세출의 바둑 기사 또는 현존 최고기사들이 둔 수만 수천만의 기보 중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진행한 것은 없다. 그만큼 바둑은 무궁무진한 수가 얽혀 있다. 그래서 바둑은 ‘신이 선물한 인간의 최고 게임’이라고 불려왔다.

이 9단은 힘이 막강하다. 초반 포석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는 많지만, 중반에서 쉽게 승부를 역전시키며, 끝내기는 세계 최강이다. 이 9단은 또 뻔한 수보다는 대국을 어지럽게 만들며 강한 수 일변도로 상대방을 당혹시키는 데 명수다. 이 9단과 대국한 프로기사들은 하나같이 중반 이후 이세돌 9단의 엄청난 승부수에 당황하곤 한다. 바둑에서 ‘흔들기’는 고도의 전략이다. 평범한 수보다는 흔들기를 통해 상황을 역전시키고, 종국엔 완벽한 끝내기로 승패를 매듭짓는 이 9단의 힘은 알파고가 갖추지 못한 능력임엔 분명하다.

물론 알파고는 기계이고, 냉정하다. 최적의 수만 찾기에 실수란 전혀 없다. 알파고에 진 판후이 2단은 나중에 인터뷰를 통해 “알파고가 (전혀 실수가 없고 흔들임이 없어)거대한 산으로 느껴졌다. 점차 내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어졌다”고 했다. 이세돌 9단 역시 빈틈없는 알파고에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고,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판후이 2단과 세계 최강 이세돌 9단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는 무리가 뒤따른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마음의 흔들임없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역공의 묘수를 찾는 능력은 이세돌이 세계 최고임은 분명하다.

▶패 적절한 활용도 변수=바둑에는 ‘패’라는 오묘한 수가 있다. 이세돌 9단은 패에 관한한 세계 최고수다. 유리할때의 패와 불리할 때의 패를 교묘히 활용하는 데 능수능란하다.

바둑 전문가들은 바둑이 최고의 스포츠로 불리는 까닭엔 ‘패’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 불리하면 패로 버티는 대국에서 숱한 역전의 바둑 대결을 바둑팬들은 경험해 왔다.

현재까진 패의 활용도는 창의성을 가진 인간이 더 뛰어나다는 게 정설이다. 인공지능은 패의 유불리, 즉 패를 이기느냐 지느냐의 이분법적으로 게임에 임하지만 인간은 유불리 외에도 종반까지의 대국흐름까지 연계해 활용하기에 이세돌이 적재적소의 패 활용을 통해 알파고를 뒤흔들 수 있다는 게 다수의 바둑 전문가 평이다.

물론 6개월전 판후이 2단을 이겼을때의 알파고와 지금의 알파고는 분명 다르다. 훨씬 진화된 버전이라는 것이다. 패에 대해서도 각종 연구를 했고, 철저히 준비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오묘한 진리가 숨어있는 패에 관해선 이세돌 9단이 유리하기에 승리 무게중심은 이 9단에 쏠린다는 견해가 대다수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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