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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정상, 직함 뺀 채 ‘박근혜’ vs ‘김정은’ 설전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남북 정상간 설전도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 그리고 남한의 개성공단 중단과 강도 높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주도로 남북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직접 상대방을 공격하는 양상까지 펼쳐지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한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사격 지도에서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직함 없이 6차례나 언급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김 제1위원장은 “박근혜가 지금 뒷일을 감당해낼 대책도 없이 무모한 무력증강 놀음을 벌여놓고 선제공격까지 운운하고 있는데 이는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이 미제를 겨냥하는 우리의 핵 타격 무장의 조준경 안으로 들어오는 자살적인 망동을 당장 걷어치우고 이성적으로 분별있게 처신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며 “조선인민군은 섬멸의 포문을 열어두고 박근혜의 생존욕과 생존방식을 지켜볼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 제1위원장이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한 것은 지난 2014년 7월27일 로켓 발사훈련 시찰 때 “박근혜의 그 무슨 대통령 기념사로 패전을 승전으로 둔갑시키는 해괴한 광대놀음까지 벌리고 있다”고 한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도 최근 들어 김 제1위원장에게 별도의 직함을 붙이지 않은 채 호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한의 테러위협에 대한 철저한 대비태세를 주문하면서 “김정은이 남한에 대해 대테러, 사이버 테러 역량을 결집하라고 지시한 것에서 보듯이 북한의 테러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각별히 유의해야 하겠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16일 국회연설에서는 “브레이크 없이 폭주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극한의 공포정치로 정권을 유지”, “체재붕괴를 재촉할 뿐”이라며 김정은 체제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때 남북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서로를 대화파트너로 인정했던 것과 달리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정상간 감정적 표현이 여과되지 않은 채 표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제는 이 같은 남북 정상의 서로에 대한 날선 공방이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외교소식통은 “지난해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간 개인적 신뢰와 친분이 한중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데서 알 수 있듯이 외교관계에서는 국가원수간 개인적 관계가 대단히 큰 영향을 미친다”며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간 직접적인 공방은 향후 남북관계가 개선국면에 들어선 이후에도 불안요소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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