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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은 왜 ‘억만장자’에서 탈락했나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 분석해보니피어슨, 분식회계 파문 자산절반 증발토리버치, 명품시장 흔들리며 직격탄짐 코크, 수제맥주 경쟁 격화에 고전알렉스 비어드는 원자재 대란에 휘청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 분석해보니

피어슨, 분식회계 파문 자산절반 증발
토리버치, 명품시장 흔들리며 직격탄
짐 코크, 수제맥주 경쟁 격화에 고전
알렉스 비어드는 원자재 대란에 휘청



지난해 세계 경제가 혼란을 거듭하면서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16년 세계 억만장자’에도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198명의 억만장자가 신규 진입하는가 하면 221명이 순위권에서 모습을 감췄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355명이 퇴출된 이래 최대치다. 억만장자란 10억달러(1조2365억원) 이상을 가진 부호들을 말한다.

억만장자 순위권에서 벗어난 결정적인 이유로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업황악화는 물론 분식회계 스캔들이나 경영권 승계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 헤럴드경제 자매 매체 슈퍼리치가 포브스 선정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제외된 주요 10인을 분석해봤다. 


분식회계 파문=억만장자 퇴출 인물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캐나다 제약업체 ‘밸리언트 파머슈티컬스’의 마이클 피어슨(J. Michael Pearsonㆍ56) 최고경영자(CEO)다. 분식회계 파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유로 자산이 절반 넘게 증발했다.

밸리언트는 지난해 10월 가짜 고객을 만들어 실제로 매출을 올린 것처럼 장부 상에 허위로 기재하는 등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밸리언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의혹을 일부 인정했다. 이에 따라 주식시장에 투매가 쏟아졌고 주가는 작년 8월 정점에서 무려 75% 폭락했다. 피어슨의 자산 역시 절반이상 하락하면서 현재 4억8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설상가상으로 피어슨은 지난해 12월 폐렴 증세로 입원했다 최근 경영복귀 의사를 밝혔다. 피어슨은 성명을 통해 “최근 상황에 모두가 실망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이를 바로 잡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피어슨은 2008년 밸리언트 CEO직에 올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5년새 시총을 40배 끌어올린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 받아왔다. 

명품시장 침체=올해 퇴출된 유명인사 가운데는 합리적 명품 브랜드 ‘토리 버치’의 창업주 토리 버치(Tory Burchㆍ49)도 주목을 끌었다. 패션 디자이너 토리 버치의 현 자산은 8억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 10억달러에서 2억달러가 줄어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명품시장이 휘청거린 것이 매출하락에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중국은 경기성장 둔화에 따른 소비 위축과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정책으로 명품시장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 명품협회에 따르면, 2012년 중국 내 명품 소비액은 1조8365억위안(약 348조원)이었지만 이 수치는 2014년 들어 9550억위안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중국은 세계 명품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리 버치는 사세 확장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액티브웨어를 지향하는 ‘토리 스포츠(Tory Sport)’를 론칭한 것이 토리 버치를 다시 억만장자 순위권에 재진입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명품 시장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토리 버치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캐시미어 제왕’ 브루넬로 쿠치넬리(Brunello Cucinelliㆍ62) 역시 명품시장 둔화로 자산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10억500만달러였던 자산은 올해 10억달러를 하회했다. 


업황둔화 ‘휘청’=독일에서는 간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로켓인터넷’의 형제 창업주 마르크와 올리버, 알렉산더 삼베르(Marc, Oliver, Alexander Samwer)가 억만장자 순위에서 탈락했다. 3형제 각각의 순자산은 현재 8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로켓인터넷은 2014년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가 53% 폭락했다.

2007년 성립된 로켓인터넷은 선진국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을 모방해 동남아시아들 세계 각지에 벤처 회사를 설립해 사업을 확장했다. 전자상거래 뿐 아니라, 의류, 숙박업, 모바일, 배송, 카풀링 서비스까지 사업영역을 무한히 확장하고 신규 창업 아이템 발굴에서 론칭까지 100일 만에 완성하는 속전속결이 무기다.

일례로 2008년 숙박공유서비스 에어비앤비가 등장하자 2011년 윔두를, 2009년 택시배차서비스 우버가 출시돼 인기를 끌자 2년뒤 비슷한 ‘이지택시’를, 2004년 음식배달서비스 그럽허브가 나오자 2012년 푸드판다를 출시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이 수익성 개선에 기여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기업 상당수가 매출은 증가하지만 이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로케인터넷 산하 기업 가운데 실적 집계가 가능한 ‘증명된 우량기업들(proven winner)’의 매출은 9억8900만유로였지만 손익은 5억2000만유로 적자였다. 로켓인터넷 자체도 같은 기간 4900만유로 손실을 봤다.

때문에 로켓인터넷 측은 사업을 단순화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멕시코에서 출시했던 음식 배달 스타트업을, 인도에서는 가구관련 벤처를 각각 매각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의 유일한 자수성가 여성 기업가 키란 마줌다르 쇼(Kiran Maxumdar Shaw)가 올들어 주가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쇼는 인도 최대 생명공학업체 바이오콘(Biocon)의 창업주다. 인도에 만연한 여성에 대한 편견을 뚫고 당당하게 성공한 바이오테크 선구자로 평가된다.

그러나 지난 1월 바이오콘의 주가는 17% 빠졌다. 포브스는 “지난 3분기 양호한 실적과 최초 복제약 유럽 수출 호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전반적인 업황 악화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경쟁격화 ‘고전’=미국에서는 ‘수제맥주의 아버지’ 짐 코크(Jim Kochㆍ66) 보스턴비어 창업주가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빠졌다. ‘새뮤얼 애덤스’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보스턴비어컴퍼니’의 주가는 지난해 40% 하락했다.

지난해 마지막 분기 매출과 수익, 수출이 일제히 하락한 탓이다. 순매출은 2억2980만달러로 한 해 전보다 1.3% 감소했다.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한 것이 주범으로 지목됐다.

보스턴비어는 1984년 수제맥주 회사로 출발해 30년 만에 미국 최대 수제맥주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 80개 이상의 맥주 종류를 판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사진제공 사이트인 셔터스톡(Shutterstock)의 창업주 존 오린거(Jon Oringerㆍ41)도 포화상태인 업계에서 경쟁에 밀리는 모양새다.

오린거는 셔터스톡을 2002년 1만달러로 시작해 2013년 뉴욕 최고 테크 억만장자에 등극한 인물이다. 그러나 셔터스톡의 주가는 2014년 2월 주당 100달러에 달했지만 지난해 반토막이 났다. 디지털 사진과 영상을 제공하는 사업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하게 팽창했기 때문이다.

특히 셔터스톡은 게티 이미지를 보유한 업계 강자 ‘칼라일 그룹’과의 경쟁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게티 이미지는 사진과 영상을 포함한 2억개의 디지털 자산과 20만명이 넘는 작가들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셔터스톡는 뉴스·유명인 관련 이미지 1300만장을 보유하고 있다. 셔터스톡은 지난해 인수한 음악서비스 업체 프리미엄비트(PremiumBeat)와 사진전문 통신사 렉스 피처스(Rex Features)를 발판으로 올해 공격적인 경영을 나선다는 복안이다. 


원자재 ‘대란’=국제유가 하락은 억만장자도 주저 앉혔다. 스위스 원자재거래업체인 글렌코어의 원유 부문 대표 알렉스 비어드(Alex Beardㆍ48)는 글렌코어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해 주가가 하락하면서 자산 규모도 절반 이상 폭락했다. 글렌코어 주가는 지난해 5월 장중 308파운드 정점을 찍은 후 9월 66파운드까지 폭락한 이후 최근 130파운드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한때 비어드의 자산은 16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지만 현재는 수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질의 세계 최초 에탄올 억만장자 루벤스 오메토 실베이라 멜로(Rubens Ometto Silveira Mello)도 원자재 시장 약세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흥국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세계 최대 사탕수수 및 에탄올 생산업체 코산(Cosan)을 경영하는 멜로는 브라질에 기반한 코산을 뉴욕증시에 시장했지만 1년새 주가는 62% 하락했다.

경영권 승계=한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자산이 줄어든 부호도 있다. 스웨덴 가구공룡 이케아 창업주 잉그바르 캠프라드(Ingvar Kamradㆍ89)는 이케아 경영권과 홈웨어 유통부문을 세명의 아들(마티아스, 피터, 조나스)에게 넘겼다. 이에 따라 잉그바르는 억만장자 리스트에서 탈락했지만 그의 아들 3명은 억만장자 순위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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