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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을‘쑥~’건져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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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에도 나오는 쑥, 소화 도와주고 신진대사 촉진
간질환 치료 등 한방약재로도 널리 쓰여



삭막했던 산과 들에 푸른 잎이 고개를 내민다. 봄이 오는 모양이다. 봄 새싹 중 빠지지 않는 풀이 바로 ‘쑥’이다.

쑥은 단군신화에서도 나온다. 웅녀는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으로 변신했지만 수컷인 호랑이는 견디지 못했다고 한다.

쑥의 별명은 의초(醫草)다. 예부터 약성이 뛰어난 채소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맹자는 “7년 묵은 지병에 3년 묵을 쑥을 구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중국의 고의서인 ‘명의 별록’에는 “쑥은 100가지 병을 구한다”라고 기술돼 있다. 고의서인 ‘본초강목’에는 “속을 덥게 하고 냉을 쫓으며 습(濕)을 없애주는 채소다”라고 쓰여 있다. 



피로해소와 체력 개선에 ‘쑥ㆍ쑥~’

‘리얼푸드’에 따르면 쑥은 소화력이 약하고 몸이 차가운 소음인 체질에게 좋은 음식이다. 몸이 차서 나타나는 복통과 설사를 완화해주기 때문이다.

쑥을 먹으면 위장쪽 혈액 흐름이 활발해져서 소화가 잘되고 복부가 따뜻해진다. 오랜기간 먹으면 추위를 덜 탄다고 한다. 쑥에 들어 있는 양질의 섬유질은 장의 연동운동과 점액 분비를 원활하게 해줘 쾌변을 도와주기도 한다. 민간요법에서는 설사가 오래 지속되면 쑥 우린 물을 꾸준히 마시면 좋아진다. 말린 쑥 잎 20g에 물 600ml를 붓고 물의 양이 반으로 줄 때까지 푹 우려낸 뒤 이 쑥물을 하루 세 번에 나눠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쑥에는 칼슘, 철분, 베타카로틴, 비타민A와 C, 식이섬유, 엽록소가 풍부하다. 특히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 있다. 베타카로틴은 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비타민이면서 항암효과도 인정받고 있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들어온 뒤 일부가 비타민A로 변환된다. 비타민A가 결핍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능력이 약화되고 질병에 감염되기 쉽다.

쑥은 간 건강에도 이롭다. 간을 일부러 망가뜨린 실험용 동물에 쑥 추출물을 투여했더니 간 손상이 줄어들었다는 국내 연구결과도 있다.

쑥은 달래, 냉이, 씀바귀 등과 함께 춘곤증 예방에도 좋다. 춘곤증이 나타나는 3~5월에는 식욕도 멀찌감치 달아나기 쉬운데, 쑥의 독특한 맛과 향긋한 향이 식욕을 돋워주고 풍부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사진출처=123RF]

서민들 건강을 지켜줬던 쑥…

쑥의 한자명은 애(艾)다. 한방에서는 애엽이라고 한다. 오랜 묵은 쑥을 숙애라고 하는데 쑥뜸을 할 때는 대게 숙애를 쓴다. 50세가 되면 머리카락이 약쑥같이 하얘진다고 해서 ‘애년’, 50세가 넘으면 ‘애로’라고 불렀다.

봄이 되면 산야에 지천인 쑥은 예로부터 서민을 위한 풀이다. 가난한 사람의 집을 쑥집 또는 쑥문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쑥은 생명력도 강하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을때 제일 먼저 올라온 것이 쑥이었다고 한다.

쑥은 쓴맛 성분이 강하다. 요리의 재료로 사용하려면 삶은 쑥을 물에 담가 하룻밤 우려내는 것이 좋다. 쑥의 쓴맛은 압신틴이라는 성분이다. 과거 유럽에서는 압신틴이 식욕부진 해소와 위액분비 촉진제로 널리 사용됐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예술가들에게 쑥을 재료로 해 만든 술 압생트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압생트를 오랜 마신 사람에게는 정신력 저하, 신경과민, 환각증상이 동반되는 중독증이 나타나 당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37세의 나이로 자살한 반 고흐도 압생트 애호가로 전해진다. 

[사진출처=123RF]


쑥, 다 같은 쑥이 아니다?

쑥이라고 해서 다 같은 쑥이 아니다. 약으로 주로 쓰는 쑥은 개똥쑥이다. 8월에서 9월 사이에 개똥처럼 노란 꽃이 펴서 개똥쑥이라 불린다. 한방에서는 노란 꽃이 핀다고 해서 ‘황화로(黃花蒿)로 부르기도 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몽골, 시베리아 등지에서 나며 계피와 비슷한 향이 난다.

개똥쑥은 발열 감기나 소아의 열성경련, 소화불량, 이질 등을 치료할 때 사용되며 피부 가려움증이나 피부염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 다만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소화력이 약한 사람이나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암환자 가운데 체중이 점차 감소하는 사람의 경우 복용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한 번 먹을 때 최대 12g 이하로 달여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피부질환에 사용할 때는 즙을 내서 바르거나 가루를 내어 바를 때 용량의 제한이 없다.

사철쑥은 인진호(茵蔯蒿)라고 불리며 눈덮인 한겨울에도 죽지 않는 생명력이 강한 야생초다.

인진호는 한방에서 간질환 치료에 널리 쓰인다. 담즙 분비량을 증가시켜 소화에 도움을 주며 혈행개선으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약재로 알려져 있다.

인진호 약효는 중국에서 먼저 알려졌다.

중국의 어느 마을에 비쩍 마르고 황달이 낀 환자가 명의 화타를 찾아갔으나 화타는 치료할 방법이 없어 그를 돌려보냈다. 이후 우연히 만난 그 환자가 건강해져 있어 물으니, 먹을 것이 없어 산에 있는 풀을 뜯어 먹었다고 해 가보니 쑥이었다. 화타는 쑥을 써보았지만 효과가 없어 그 환자를 찾아가 물으니 음력 3월에 캐서 먹었다고 해 그 시기에 캐서 치료해 보니 매우 효과가 좋았다.

인진호의 성분은 스코파론은 이담작용을 한다. 약리학적으로 스코파론은 간의 담즙과 빌리루빈 분비를 촉진시켜 지방의 소화를 도우며 지질과산화반응과 더불어 세포막 손상에 대해 보호작용을 한다.

또한 혈관을 확장시키는 작용이 있어 혈압을 강하시키며 이뇨작용이 현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 인진호 추출물을 실험동물에 장기 투여하면 고지혈증이 완하되고 동맥경화와 콜레스테롤 침착이 감소됐다는 보고도 있다.

구로 제통한의원 김성웅 원장은 “인진호는 몸에 열이 나면서 간기능에 이상이 있는 급성기 때 주로 이용하는 약재로 민간에서는 장기간 오남용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간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인진호는 성질이 차가우므로 속이 냉한 사람과 임산부에게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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