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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밥의 건강학 ①] 아침밥이 성인병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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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외국계 금융회사에 재직 중인 박 모 이사(53)는 업무상 늘 사람들과 만나야 하고, 매출에 쫓겨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체력만큼은 자신한다. 별다른 운동도 안 하는 박 이사의 건강비결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는 ‘아침밥’ 이다.

박 이사와는 반대로 스트레스 때문에 입맛이 떨어졌다며 아침을 거르는 사람들이 많다. 전 날 술이라도 한 잔 하고 나면 더욱 아침밥 먹기가 힘들어진다.

‘아침형 인간’인 젊은 직장인들과 수험생들도 아침밥을 챙겨먹지 않고 간단히 우유나 요구르트 정도로 때우는 모습을 많이 본다. 아침밥은 꼭 챙겨 먹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건너뛰어도 좋은 것인가. 아침밥을 먹으면 건강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까.



▶아침밥이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서양 격언에 ‘아침은 임금처럼, 저녁은 거지에게’라는 말이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아침에 먹는 게 더 이롭다는 얘기다. 우리 선조들도 하루 세 끼 중 아침에 가장 많은 양을 먹었다.

전문가들은 “현대인들은 육체노동을 주로 했던 선조들에 비해 정신노동이 많고 바쁜 하루하루 일과에 시달리고 있지만 하루 세 끼 칼로리는 가급적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미 노스웨스턴대 의대 예방의학과의 린다 밴 혼 교수가 지난 2003년 미국 심장학회 심혈관질환 예방에 관한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18세에서 30세까지 미국인 2900여명의 식사습관을 10년 동안 추적한 결과 아침을 먹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인슐린 저항이나 비만이 35~50% 낮았고, 심장병 발병 위험도 훨씬 줄어들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아침을 먹었느냐는 조사하지 않았지만 운동이나 흡연, 연령, 성병 등을 감안해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왔다는 게 린다 교수의 설명이다. 규칙적으로 아침을 먹는 것만으로도 고혈압이나 당뇨병 심장병 등 성인병 질환에 걸릴 확률이 낮아지고 비만의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얘기다.

린다 교수는 특히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몸무게를 줄이려고 음식을 줄이고 칼로리를 줄이고, 끼니를 거르는 것보다 아침 식사를 하는 사람이 보다 체중 관리를 더 잘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아침밥은 ’다이어트 시작의 시작점‘ = 젊은 직장여성들이 아침식사를 거르는 건 ‘다이어트’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다이어트의 시작은 바로 ‘아침밥’을 잘 먹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불규칙한 식사습관으로 이어져 과식, 야식, 결식의 악순환과 장기적인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또 우리의 몸은 아침식사를 거른 뒤 점심을 먹었을 때, 나중에 언제 음식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음식을 지방으로 저장한다고 한다. 결국 이것이 체중 증가를 유발한다. 따라서 아침 식사를 하게 되면 체중 증가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정권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낮보다는 작지만 열량이 꾸준히 소모되기 때문에 아침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활습관에서는 권장할 만하다”며 “점심까지 기다려서 식사를 하면 낮 시간 활동에 지장을 받기 쉬우며, 점심의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이어트를 하려고 일부러 아침을 굶으면 오히려 살이 찌기 쉬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아침밥, ’집중력‘ 높이고 ’구취제거‘ 효과도 있어=아침밥엔 또 다른 효능이 있다. 미국 영양학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침밥을 먹는 사람은 강인한 신체를 가질 뿐 아니라 참을성과 집중력, 문제해결 능력에서도 앞선다.

아침밥이 입냄새를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치과 전문의는 “섬유질이 풍부한 밥을 먹으면 혀와 목구멍에 붙어 있는 세균들이 모두 씻겨 내려가 위에서 위산에 의해 사멸된다”며 “식사를 하고 이와 혀를 잘 닦으면 입 냄새가 생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입냄새가 호흡기나 소화기 기능 이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입 안 세균이 입 속 점막에서 떨어져 나온 상피세포나 침, 음식물 찌꺼기 같은 단백질을 분해할 때 나오는 황산화물이 불쾌한 냄새의 주범이다. 특히 스트레스나 피로가 심해지면 침의 흐름이 떨어지며 입냄새가 더 심해지는데 아침밥을 챙겨 먹으면 이를 쉽게 없앨 수 있다.

▶공부 잘하는 옆집 아이의 비밀은 ‘아침밥’ = 2014년의 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중고생 10명중 3명이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다. 아침밥은 특히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수면 중에는 대뇌와 근육은 물론 전신 세포가 에너지(300~500kcal)를 소모한다. 아침 식사를 안 할 경우 공복 상태가 길어지고 혈당의 저하로 뇌 신경이 둔해져 무기력해진다. 이로 인해 머리가 무겁고 집중력이 저하되는 등 학습(근무) 의욕이 떨어져 능률이 저하된다.

수 년전 미국의 메릴랜드 주에서 학생들에게 무료로 아침밥을 주면서 학생들의 태도 변화와 성적을 측정한 결과, 지각이나 정학 등을 받은 문제 학생 수가 급감했을 뿐 아니라 전 학년에 걸쳐 대부분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상습적으로 아침을 굶는 성장기 학생들은 건강에도 이상이 올 수 있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김신혜 교수팀이 1998년과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18세 2094명의 비만 유병률과 혈액 지질 농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침을 결식한 남아의 경우 고LDL-콜레스테롤혈증 위험도가 5.8배 증가했으며, 여아의 경우 고중성지방혈증 위험도가 2.3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침을 결식한 학생은 학교 매점에서 빵과 과자, 음료 등 간식 섭취를 하거나 점심 때 폭식할 가능성 커져 결국 포화지방 섭취가 증가하게 된다. 또 아침결식에 의한 인슐린 저항성은 소장에서의 지방흡수를 증가시키고 혈액으로부터 중성지방이 제거되는 것을 방해하는 등 여러 기전으로 이상지질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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