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보령제약 등 일부 제약회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 제약회사의 신약을 대거 약가(약의 값)인하 품목에 포함시키면서 해외시장에서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외시장 내 약가는 국내 약가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정부가 약가를 인하시킨 만큼 해외시장 판매가도 낮춰야 하는 만큼 이로 인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등 ‘글로벌화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방침과 달리 ‘약가 인하’가 되레 업계의 수출판로 개척을 막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2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보령제약을 비롯해 일양약품, 동아st 등 국내 제약회사들은 올해를 해외시장 개척의 해로 선언, 적극적인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나설 예정이다.

일양약품은 자사의 위궤양치료약 ‘놀텍정’을 내세워 해외시장 판로 개척을 모색하고 있다. 놀텍정은 지난 1월 기준 생산액이 130여억원에 달하는 대표적인 제품 중 하나다. 전년대비 판매액이 400%에 육박하는 등 잠재성장력도 인정받고 있다.

동아st 역시 항생제인 ‘시베스트로’에 대한 해외 시장 판로 개척을 모색 중이다. 시베스트로는 지난 2003년 LG생명과학의 ‘팩티브’가 미국식품의약국(FDA)로부터 승인 받은 이래 11년만에 국내에서 개발된 신약으로, FDA 허가를 받는 등 국내 의약품 선진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용량 연동제 등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에 발목이 잡혀 해외시장 판로 모색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적인 R&D 투자확대로 국내 제약산업은 총 25건의 신약을 개발하고, 세계적 수준의 임상시험 역량을 강화하는 등 선진 생산기술 경쟁력을 키워오면서 해외 시장 개척을 적극 모색해왔다”며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약가 인하에 해외시장 판로 모색에 어려움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도 해외시장 판로 개척에 제동이 걸렸다. 보령제약은 올해를 카나브의 2차 도약의 해로 정하고, 기존 해외시장 판로를 중남미 시장에서 미국 등 선진국 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실제로 카나브는 지난 2011년에 발매한 이래 해외 제약사들과 경쟁에서도 시장점유율(MS) 1위를 차지할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약가 인하 품목에 ‘카나브 120mg정’을 포함시키면서 대외 수출 전략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보령제약의 관계자는 “그 동안 카나브와 같은 신약에 대한 가치를 인정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며 “정부가 신약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6월 말께 정부는 심의를 통해 ‘카나브 60mg’에 대한 사용량 약가인하 연동 환급제를 첫 적용했다.

이 제도는 장부가로는 기존 가격을 유지하되 인하해야 하는 금액분 만큼을 정부에 환급해준다는 게 골자다. 유예기간은 3년이며, 환급계약이 종료되면 인하율 만큼 가격을 내려야 한다. 조삼모사인격인 이 제도가 도입된 배경은 제약사들의 약가를 유지시켜 해외에서의 수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임시방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 약가 결정 기준이 국내 약가를 기준으로 협상한다”며 “일종의 편법이나, 국내 약가가 인하되면 해외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을 낮춰야 하는 만큼 수익성이 나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양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