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가족경영’ 족쇄찬 제약산업-①녹십자] 지배구조 취약·가족간 불화…“신약개발보다 지분경쟁”

허일섭 現회장 보유지분 11.5%불과
前회장 가족과 불화 경영권 위협 노출
허씨일가에 배당된 45억원으로
지분경쟁 ‘제2라운드’ 가능성 촉각



국내 제약업계 ‘빅3’ 중 하나인 녹십자의 지주사 녹십자홀딩스가 오는 3월 1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현금배당을 최종 결정한다.

올해 총 배당금 규모는 130여억원으로, 업계내 3번째 규모다. 주요 주주들의 보유 지분율을 감안하면 오너인 허일섭 회장 등 허씨 친족들이 수령하게 될 배당금 규모는 약 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지분경쟁 제 2라운드’ 개시 가능성에 촉각을 모으고 있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녹십자 R&D센터 전경. [사진제공=녹십자]

녹십자 매출 첫 1조 클럽 달성…혈액제제 등 과점시장 경쟁체제 직면 =지난해 녹십자의 총 매출액은 1조4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창사 이래 첫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년대비 7.4% 증가한 규모다. 주력사업인 백신 부문의 수출 호조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녹십자의 의약품 부문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2054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압도적인 독감백신, 수두백신 등 백신 부문이 국제기구 입찰 수주 물량이 확대되면서 50% 이상 증가하는 등 국내 매출도 10% 늘어났다.

하지만 녹십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916억원으로, 전년 969억원에 비해 5.5%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매출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56억원을 기록했다.

더욱이 향후 정부의 정책지원과 맞물려 시장경쟁이 더욱 격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녹십자가 국내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갖고 있는 혈액제제와 백신시장에 대한 경쟁사들의 출사표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 주력사업부문에 대한 위협 조짐도 일고 있다.

일례로 SK케미칼은 혈액제제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판단, 기존 300억원대의 매출을 오는 2020년까지 2000억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녹십자의 경우 R&D비용이 증가한 측면이 있으나, 외형성장 대비 이익수준은 다소 실망스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허씨 일가 배당금만 45억원…친족ㆍ주주간 불화 등 경영안정 저해=녹십자그룹의 주요 수익원인 녹십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곳은 녹십자홀딩스다. 녹십자홀딩스는 녹십자의 최대주주로 585만 482주(50.0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녹십자의 경영권은 누가 녹십자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느냐는 게 관건이다. 현재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창립자인 고(故) 허채경 회장의 5남인 허일섭 현 회장이다. 녹십자는 지난 2009년 11월 이전까지는 3남인 고 허영섭 회장이 맡아왔다. 그러나 허영섭 전 회장이 타계한 이후 경영권은 그의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아니라 동생인 허일섭 현 회장에게 넘어갔다.

고 허영섭 전 회장은 유서를 통해 자신의 상속분 중 장남인 허성수 전 부사장에게 한푼도 물려주지 않았다. 이에 허성수 전 부사장은 아버지의 유언이 조작됐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다툼 끝에 녹십자홀딩스 지분 일부를 확보했다.

이후 허 성수 전 부사장은 부인인 박혜연씨와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지속적으로 늘려왔고, 이에 허일섭 현 회장과 갈등이 야기됐다는 게 정설이다.

녹십자의 경영권 분쟁 개연성은 녹십자홀딩스의 최대주주인 허일섭 현 회장의 지분율이 낮고, 이에 경영권 위협에 쉽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허일섭 현 회장의 녹십자홀딩스의 보유지분은 불과 11.51%다. 여기에 허 회장의 장남인 허진성(0.41%), 장녀 허진영(0.27%), 차남 허진훈(0.36%)씨 등 자녀들과 부인 최영아씨 보유지분(0.33%)정도가 확실한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현재 허성수 전 부사장측 보유지분과 큰 격차를 보인다. 다만 허성수 전 부사장과 그의 부인 박혜연씨가 올해 1월까지도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늘려나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양측간 신경전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달 결산 배당에서 받게 될 배당금 규모는 작지 않아 또 다시 지분 매입 경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배당에서 허일섭 회장을 비롯해 그의 부인 최영아씨 등 허일섭 회장 일가가 수령할 총 배당금 규모는 18억 5000만원에 달한다. 게다가 허일섭 회장이 녹십자로부터 수령할 배당금 3억여억원까지 합치면 20억원이 넘는다.

반면 고 허영섭 전 회장측 일가는 장남인 허성수 전 부사장이 보유한 지분 1.04%를 비롯해 차남 허은철 2.49%, 삼남 허용준씨가 2.57% 등 약 6.1% 가량이다. 허성수 전 부사장의 부인 박혜연씨도 0.02%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달 주총을 통해 배당이 확정되면 이들 역시 약 1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배당을 통해 현금 확보가 가능해진만큼 허성수 전 부사장은 물론 그의 측근들의 추가 지분 매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녹십자는 대표적인 가족경영체제로, 여전히 숙질간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잠재돼 있다”며 “현 상태로 보면 허일섭 회장이 유리하지만 보유지분이 적지 않은 허정미, 박용태 부회장 등 여러 변수를 감안할 때 경영상 위험요인이 잠재돼 있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회사의 주주이익 극대화란 건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제약회사들의 주요 지배주주 대부분이 친인척들이라는 점과 향후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재투자에 미온적이란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평균 20%에 못미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높은 수준 ”이라며 “주요 주주간 갈등도 회사의 경영안정화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양규 기자/kyk7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