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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박 대통령 또‘모든 건 국회 탓’…비난 너무 잦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97회 3ㆍ1절 기념식에서 국회를 향해 또 쓴 소리를 했다. 박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테러방지법과 노동관련 법안 처리 지연에 대해 ’기능 마비‘ ‘직무유기’라며 국회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식장에 참석한 정의화 국회의장,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대표 앞에서 대놓고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3ㆍ1절 기념사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큼 국내 정치와 국회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역대 대통령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도 취임 후 지난 3년간 기념사는 대부분 한일관계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고 남북관계 관련 메시지 정도가 담기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내 정치에 관한 내용이 기념사의 40% 가량을 채웠다.

박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침체된 국내 경제와 각종 국내외 악재로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에게 꼭 필요한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대통령 입장에서 곱게 보일리는 없다. 게다가 논란의 테러방지법이 47년만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지난달 23일부터 일주일 넘게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했다. 오히려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이 공론화되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지지하는 움직임도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졌다. 대통령과 여당으로서는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시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이 모든 것을 온전히 야당과 국회의 잘못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입법부인 국회는 대화와 타협, 법안으로 말하는 곳이다. 절대 다수당이 존재하지 않는 한 갈등과 대결은 필연적이다. 이 모든 것이 정상적인 정치행위다. 이것을 ‘기능마비’ ‘직무유기’로 규정하는 것은, 국회를 온전히 정부와 청와대를 위해 존재해야하는 하급기관으로 인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대통령의 국회 비난과 비판이 너무 빈번하다. MB정부 이후 여당과 정부의 힘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무능하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여당과 정부의 일방독주때문은 아닐까. 혹여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면 경청하고 소통하며 절충안을 찾는 운영의 묘가 절실하다. 필리버스터 역시 여당이 논란이 되는 조항에 대해 어떤 수정안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난 측면도 없지않다. 당리당략이 아닌, 국민을 생각하는 정당과 국회의원을 보고싶다. 그렇지 못한 정당이나, 입법활동은 외면한채 공천에만 연연하는 의원은 대통령이 아닌, 국민들이 비판하고 투표로 심판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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