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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P+ 2016] “폰카는 폰카일 뿐” 日카메라 업체의 고집 또는 장인정신
[요코하마(일본)=최정호 기자] 카메라와 스마트폰은 상극이다. 카메라 시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가벼운 디지털 카메라, 일명 ‘똑딱이’는 스마트폰의 발전, 그리고 대중화와 함께 점점 존재감을 잃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은 매년 카메라 성능을 향상시키며, 이제 미러리스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또 VR과 드론 같은 미래 카메라 시장에서는 전통 카메라 업체가 아닌 스마트폰 업체들이 보다 주목받는 지경이다.

니콘이 CP+2016에서 선보인 스마트폰과 카메라 연동 앱 스냅브리지 시연 모습.
앱손은 CP+2016에서 스마트 웨어러블 글래스를 체험하는 특별 전시관을 마련했다

이런 가운데 요코하마에서 지난 주말 폐막한 일본 최대 카메라 전시회 ‘CP+2016’은 스마트폰과 공존하기 위한 카메라 업체들의 다양한 노력과 시도가 나타났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바로 전송하고, 또 카메라 렌즈가 잡은 화상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에 보여주며, 촬영까지 가능토록 한 앱들이 니콘 부스에서 시연됐다. 또 올림푸스는 스마트폰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렌즈 모양의 카메라를 선보였다. 후지필름과 앱손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바로 출력할 수 있는 다양한 솔루션도 전시했다. 

CP+2016 전시장 한 가운데는 다양한 드론 업체들이 차지했다.
니콘의 CP+2016 전시관 모습

니콘과 캐논, 소니, 올림푸스 같은 전통의 카메라 제조업체 부스가 전시장 양 쪽으로 늘어선 가운데, 정 중앙에 드론 업체들이 포진한 것도 새로운 모습이다. 이들 드론 업체들은 카메라 업체들이 만든 초소형 캠을 달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시연했다. 같은 기간 스페인에서 열린 MWC2016에서 주목 받았던 VR(가상현실) 관련 기기들도 CP+2016 전시장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앱손의 경우 구글 글래스와 같은 스마트 웨어러블 글래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마련했다.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이용 스마트폰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스냅브리지’라는 앱을 새로 선보인 니콘의 키미토 우에무라 마케팅 본부장은 “스마트폰 자체는 없어진다 생각할 수 없기에 앞으로도 스마트폰 자체가 핵심이 되리라 보고 있다”고 카메라 시장에 닥친 위기감을 전했다.

하지만 CP+2106의 주인공은 여전히 묵직한 카메라 본체와 다양한 렌즈였다. 아날로그 필름에서 디지털 이미지센서가 달린 시대로 변했지만, 카메라의 기본은 여전히 아날로그 감성이 담긴 ‘광학 기술’이라는 일본의 장인정신, 또는 고집이 여전히 시장의 대세였다.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가 아무리 발전해도, 렌즈 광학기술에 기반한 디지털 카메라에는 절대 못미친다는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다.

소니를 제외한 일본 카메라 업체들이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 생산에 나서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에 큰 돈은 될 수 있겠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100년동안 쌓아온 카메라 기술과 노하우를 모두 보여줄 수 없기에, 미러리스나 DSLR 시장에만 집중하겠다는 고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아이폰이나 갤럭시 스마트폰 짝퉁은 수 없이 만들어내지만, 카메라만큼은 아직 짝퉁을 만들지 못하는 것도 바로 광학기술의 노하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소득 증대와 함께 카메라 업계의 핵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시장 대부분은 100년 전통의 일본 업체들에게 내주고 있다. 중국산 값 싼 모듈이 범람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와는 다른, 전통 카메라에 대한 자부심이다.

니콘이 CP+2016에서 전시한 DSLR 단면도.

오히려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보는 색다른 시각도 소개했다. 우에무라 본부장은 “많은 소비자들이 스마트폰 카메라을 접하면서 화질에 불만을 느끼고, 이들은 곧 미러리스 및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의 잠재 수요자가 된다”고 자신했다. 실제 지난해 전 세계 디지털 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발전 속에서도, 모처럼 시장 반등에 성공했다. 카메라, 그리고 사진 찍는 문화를 스마트폰을 통해 처음 접한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고성능 디지털 카메라 구매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희망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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