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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진박 감별에 살생부까지, 국민 얕보다 심판 받을 것
4월 총선 공천 경쟁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계파간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이번에는 밑도 끝도 없는 살생부(殺生簿) 논란이 불거져 당을 더 깊은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40여 명의 ‘물갈이 대상’ 현역 의원 명단을 친박계 핵심인사가 청와대에서 받아 김무성 대표에게 넘겨줬다는 게 그 살생부 논란의 핵심이다. 여기에는 친박계 중진도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 비박계 의원들이라고 한다.

총선 때면 으레 이런 저런 살생부가 나돌기는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럴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명단이 있다면 그 작성자는 누가 봐도 박근혜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공공연한 정치 개입이며,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공천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측에서 즉각 강력히 부인하고 친박계는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펄쩍 뛰는 것은 이런 오해를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더욱이 살생부의 실존은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당내 경선과 공천의 공신력을 일거에 허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과 유권자를 주머니의 공깃돌처럼 가벼이 여기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대표가 책임지고 이번 파동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 그 진원지가 김 대표 본인인데다 청와대가 공천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것인데 이를 두고 본다면 직무유기 정도가 아니라 집권 여당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김 대표의 태도는 모호하기 짝이 없다. 기껏 측근을 통해 “정치권에 떠도는 이야기를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는 어설픈 해명만 하고 있다. “자작극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판에 이런 정도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직접 국민 앞에 직접 나서 경위를 밝히고, 명단이 있다면 공개하는 당당함을 보여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가 안보가 위기에 직면했고, 경제는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국가 위기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고 계파 이해에만 몰입하고 있다. 삼삼오오 ‘진박 인증샷’이나 찍고 ‘3류 살생부’ 논란이나 벌이는 한심한 작태에 실망을 넘어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로 4월 총선에서 과반 확보는 물론 180석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새누리당이 당장 해야 할 일은 공천싸움이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다. 국민과 유권자들은 그처럼 녹록하지 않다. 심판은 결국 국민이 한다. 총선 결과가 이를 말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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