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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내 인생에 굳이 알 필요도, 알것같지도 않았던 단어도 알게되었네”

외국에 사는 한 지인이 SNS에 올린 글이다. 최근 정치계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에게도 이슈가 되었던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지켜보며 오래전 교과서에서나 배웠을 단어를 알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여당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테러방지법 통과를 추진중이고, 소수 야당이 이를 막아보려고 들고 나온 카드가 필리버스터였다.

지구반대편 스페인에서는 MWC라는 차세대 IT 기술의 화려한 경연이 벌어지고 있는데, 도무지 편안히 이를 지켜보고 새로운 기술용어를 익힐 틈이 없다.

필리버스터라는 흔치않은 정치행위를 이끌어낸 ‘테러방지법’도 국민들로 하여금 법 공부를 하게 해주었다.

미국이 지난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늘어나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행정부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애국법(Patriot Act)을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이 애국법과 유사한 테러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국회통과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의 애국법은 영장없는 감청,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으로 인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테러방지법 역시 테러의 정의가 모호한데다 국정원의 권한이 지나치게 강화돼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테러방지법이 뉴스를 장식하면서, 우리나라에 이미 국가테러대책회의라는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국민들은 모처럼 알게 됐다. 무려 34년 전인 82년 만들어진 이 대책회의는 국정원, 경찰청, 법무부, 국세청 등 11개 주요 부처가 포함되어 있어 위험한 테러용의자나 단체를 얼마든지 조사하고 예방할 수 있다. 국정원에 더 많은 권한을 주자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이유다. 국정원장이 대선개입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지 얼마되지도 않았다. 

또한 사드(THAAD)라는 전문 군사용어도 이제 일반 국민들이 대화중에 흔히 사용할 만큼 친숙한 단어가 됐다.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고고도 지역방어체계인 사드가 한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부수적인 학습이 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배울게 생긴다. 사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사는 것도 버거운데, 이런 것들을 배우고 익히느라 하루 해가 짧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 어록이 나왔다. 긴박한 준전시 상황이라면서 언제 저런걸 준비했을까 싶다. 대통령이 취임 후 3년간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국민’(5029회)과 ‘대한민국’(4412회), ‘경제’(4203회) 순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국민이나 대한민국, 경제의 형편이 그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게 아쉽다.

국민이 정치나 외교보다 가족, 이웃, 여유있는 삶, 평화 같은 것을 생각하고 살 수 있어야 행복한 세상이 아닐까. 백성들이 고복격양가(鼓腹擊壤歌)를 부르며 살아가고, 임금이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편안했다는 요순시대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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