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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로사회…노인들 ‘셀프 고려장’
노인자살률 10만명당 120명
빈곤·질병 못견뎌 극한선택…
의료포기 자기학대도 증가



지난 18일 새벽 서울 마포구 마포대교 북단에서는 90대 노인이 난간 위를 올랐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 끝에 출동한 경찰에 구조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모(93) 할아버지는 그동안 고혈압 등을 오래 앓으며 가족들에게 죽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고, 마음이 약해져 가족들에게 더이상 짐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에 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3면


25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10만명 당 120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이는 OECD 평균(10만명 당 18명)보다 6배나 높은 수준이다.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는 “노인 자살 충동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빈곤, 신체ㆍ정신적 장애와 질병, 소외와 고독”이라며 “사회 전반적인 빈부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다보니 타인과 비교를 통한 자괴감도 더 커지고 이것이 자살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출이나 노숙 등으로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노년층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노숙자 잡지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는 황모(65)씨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서울역과 탑골공원을 배회하는 노숙자 신세였다. 황씨는 지난 2011년 아들 내외가 운영하던 고깃집이 폐업해 생활고에 시달리자 짐이 되기 싫다며 가출을 선택했다.

황씨는 “일을 시작한 지 20여일만에 50만원 가량의 돈을 모은 지금도 아들에게 전화거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며 “이제와서 가족들에게 돌아가봤자 짐만 될 뿐이고 혼자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의식주나 의료 처치 등 최소한의 자기보호를 하지 않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스스로를 방치하는 ‘자기방임’ 학대 노인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기방임 학대가 심해지면 극단적인 길로 접어드는 경우가 많아 반드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주연 노인복지연구소 연구원은 “노인들의 경우 사회적 적응이 빠르지 않아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심하다보니 자기방임 등의 형태로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며 “자기방임의 경우 주변 사람들이 문제로 인식하기 어렵고, 책임 소재 또한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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