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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로사회, 셀프격리 시대’… 왕따 피해, 학폭 피해, 스스로 왕따시키는 아이들
“학교 싫어” 학폭 등서 도피 ’홈스쿨링‘ 등 택해

“학교 그만둔 이후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 80%

‘은둔형 외톨이’ 전락…범죄행각 마수 빠질 우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경기 성남에 사는 A(10) 양은 지난해 1학기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A양은 또래에 비해 체격이 작아 놀림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아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날마다 부모를 보챘다. 보다 못한 부모는 담임교사를 찾아가기까지 했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했다. 결국 학생은 지난해 2학기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홈스쿨링(재택 학습)을 하고 있다. ‘왕따’라는 학교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 집에서 공부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다.

‘왕따’와 학교폭력 문제로 학교를 그만두고 ‘셀프 왕따’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상당수 ’셀프 왕따‘ 학생은 일단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를 벗어나기 때문에 또래 친구들과 사회성을 기르기가 쉽지 않은데다, 방황하다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하거나 자칫 범죄 행각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의 80.4%가 “학교를 그만둔 이후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74.3%는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학업 중단을 후회하지 않았다.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길은 바로 홈스쿨링이다. 홈스쿨링은 1970~1980년대 미국에서 학교 내 폭력, 마약, 성(性) 문제 등을 우려한 부모들이 집에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학교폭력,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홈스쿨링의 경우 물론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자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스스로 시간 조절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홈스쿨링 부모가 모인 인터넷 카페 ‘행복한 홈스쿨링’의 운영자인 박모(46) 씨는 “홈스쿨링을 하면서 아이가 마음을 열고 ‘소통’하며 주체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법을 배운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셀프 왕따’가 이처럼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제대로 설계를 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범죄나 폭력 조직에 빠져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 밖 청소년 중 혼자 지내거나 친구들과 돌아다니며 노는 ‘무업형’이 전체 응답자의 23%나 됐다.

지난해 과격 이슬람 무장 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스스로 가담한 김모(당시 18세) 군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군은 중학생 때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학교를 자퇴한 뒤 별도 교육기관에 다니지 않고 홈스쿨링을 해 오다 결국 IS의 ‘마수’에 빠지고 말았다. 김군은 지난해 9월 미국과 요르단이 실행한 시리아 대규모 공습 이후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ㆍ청소년을 대상으로 심리 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열린의사회의 김태윤 사회공헌실장은 “학교를 떠난 ‘셀프 왕따’ 현상을 들여다보면 학교폭력 등 사회 문제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심적 고독에 빠질 경우가 많은 만큼 부모가 자녀와 대화 시간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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