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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 위기의 한국경제 돌파구가 필요하다
②규제개혁으로 성장산업 활로를 뚫자


[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규제개혁은 한국 경제를 살리는 지렛대다. 얼키설키 뒤엉킨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산업이 부지기수다. 정부도 이 같은 실상을 모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단두대(기요틴)에 올리겠다면서 과감한 규제개혁을 약속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말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국민들은 규제개혁을 체감하지 못한다.

말로만 규제개혁? =박근혜 정부는 2014년부터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폐지해 나갈 것임을 국민 앞에 다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4년 3월 20일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2014년 말까지 경제관련 규제를 10%(1100개) 감축하고, 임기말까지 2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듬해 1월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수도권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규제를 단두대(기요틴)에 올려 과감하게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지난 17일 있었던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도 “신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모두 물에 빠트려 살려내야 할 규제만 살리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돌연 홈페이지를 통한 ’규제총량 공개‘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무조정실은 “규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양 중심의 규제 관리를 질 중심으로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 규제등록제도는 등록단위가 일정치 못해 규제사무를 건수별로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전체 규제통계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곤란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2014년 약속한 당해 규제총량 감축 목표(10%)를 지켰다”고 홍보한 건 바로 정부다. 정부는 2013년 말 기준 1만5000여건의 규제 가운데 국민의 안전과 생명 유지 등에 반드시 필요한 규제를 제외하면 개선여지가 있는 규제는 1만여건이며 이중 10%를 2014년 중에 줄였다고 밝혔었다.

그랬던 정부가 뒤늦게 규제등록제도를 문제삼아 관련 정보 공개를 중단했으니, 국민들이 의혹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정부가 드러내놓고 자랑할 성과가 없어서 총량 정보 공개를 중단했다고 보고 있다.

규제폐지가 산업을 살린다=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면 산업을 살릴 수 있다. 택배산업과 영화산업이 대표적이다. 영화산업은 1996년 사전심의제를 폐지하고, 등급제를 실시한 뒤 놀랄만큼 성장했다.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은 1996년 23%에서 2015년 52%로 상승했다. 택배산업도 1997년 자유화 조치 이후 쾌속 질주했다. 택배물량은 97년 1억6000만개에서 2015년 18억2000만개로 11배 이상 늘었다. 이는 고용증대 효과로 이어졌다. 2015년 1월말 현재 택배업 종사자수는 4만여명에 이른다. 같은 맥락에서 산악 비즈니스와 의료산업에 대한 규제도 폐지할 필요가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스위스, 일본 못지 않은 풍부한 산지 자원을 가졌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산악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경사도 기준 25도 이상 산지의 개발을 제한하는 ‘산지관리법’상의 규제 때문이다. 해외에 활성화돼 있는 다양한 친환경 산악관광모델이 국내에는 없다.

예컨대 일본은 아소산의 고원지대에 농축산 복합테마파크(아소팜랜드)를 만들어 연간 440만 명 이상 관광객을 유인, 지역 농축산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테마파크 안에는 건강테마호텔, 목욕시설, 식당 및 유기농 축산물 판매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 그러나 국내 대관령 목장은 초지법·백두대간법·상수원법 등 덩어리 규제에 묶여 숙박시설은커녕 관광객에게 따뜻한 밥 한 끼, 커피 한 잔 제공할 공간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산악관광이 활성화되면 그 동안 산을 찾지 않았던 여성 및 노약자, 외국관광객 등 수요가 대폭 늘어나 지역경제뿐 아니라 연관 제조업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수한 의료진과 풍부한 배후수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의료산업도 과감한 규제개혁으로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의료관광 활성화와 원격의료 허용을 뼈대로 한 의료법은 2년이 넘도록 국회에 계류중이다.

자동차 튜닝사업 규제만 풀어도 5년 뒤 일자리를 지금의 4배 규모로 키울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분석이 있다.

세계 튜닝시장 규모는 100조원을 웃돌지만 자동차 생산량 기준 세계 5위 국가인 우리나라는 이 시장점유율이 0.5%(5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나라인 중국(17조원), 일본(14조원)과 비교하면 한참 떨어진다. 이는 엄격한 튜닝규제와 취약한 제도기반,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튜닝승인 절차를 간소화하고, 튜닝부품 인증제 등을 실시하면서 인프라를 구축하면 2020년까지 이 시장을 4조원 규모로 키우고, 현재 1만명선인 고용인원을 4만명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보고서가 있다. 무인기(드론) 산업에 대한 규제도 해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특허기준으로 세계 5위, 군용 기술 기준으로 세계 7위의 무인기 기술을 자랑하지만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 때문이다. 서울에서 드론을 띄우려면 기무사, 국토부, 국방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반면 드론사용에 규제가 거의 없는 중국은 12억 달러에 달하는 민간드론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드론은 단순 제조업을 벗어나 농업, 의료, 파이낸스 등 연관산업을 함께 육성할 수 있는 파급력 높은 신산업이다. 정부가 규제개선에 적극 나서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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