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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총선 앞둔 날림 공약, 벌써부터 걱정이네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뜨겁다. 선거구를 정하고, 각 당의 후보를 고르기에 정신 없다. 심지어 법안 하나를 놓고 며칠간 필리버스터가 계속되는 우리 정치사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도 펼쳐지고 있다.

이 와중에, 선거의 필수품 중 하나인 공약은 실종 상태다. 선거구와 대진표는 간신히 획정됐지만, 공약은 아이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필수품인 공약을 빼놓고 선거를 치룰 수는 없는 일. 이제 투표를 며칠 안 남겨두고 수백, 수천개의 공약이 만들어질 것이다. 날림, 부실 공약이다.

날림, 부실 공약은 필히 사고를 불러온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공약을 만들고, 이를 지킨답시고 법안과 각종 시행령을 급조한 국회의원과 정치인이 아닌, 서민 유권자들이 고스란히 뒤집어 쓸 뿐이다. 난림, 부실 공약으로 대형 사고를 친 당사자 정치인들은 피해자들을 위로한답시고 또 다시 법을 만들고 정치질을 할 뿐이다. 이것 또한 급작스럽게 만들어지기에 또 다른 날림, 부실일 공산이 크다.

그래서 혹자는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라고 한다. 지키겠다는 약속이 아닌 생색내기 위한 공수표 남발이라는 의미다.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차라리 ‘빌 공, 약속할 약’이 나을 법하다.

정치가 업계, 그리고 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최첨단 ICT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몇몇 관료와 통신사를 빼고, 전 국민이 싫어하는 ‘단말기유통법’을 만장일치로 만든 곳도 바로 여의도 국회다. 정치인들이 별 생각없이 만들고, 또 통과시킨 법안 하나에, 수만명이 일자리를 잃고, 수천만명은 더 비싼 돈을 내고 휴대폰을 사고 있다. 이제 선거철이 다가왔으니, 여야는 단통법을 고치는 공약을 또 선보일 것이다.

제2의 단통법이 될 법한 정치인들의 행보가 또 하나 있다. 특정 통신사와 유선방송업체의 인수합병이라는 경제적 행위가 그 대상이다. 벌써부터 시민단체와 시민단체를 앞세운 정치인들까지 뛰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하고 있다. 심지어 이해 당사자 중 하나인 방송들까지, ‘시청료의 가치를 높힌다’며 자사 입장을 반영한 뉴스를 거리낌없이 쏟아낸다. 방송국에 얼굴 한 번 더 비추는 것이 아쉬운 정치인들은 또 여기에 동조한다.

정치 놀음에 여념없는 이들에게는 기업 인수합병은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명분 아래, 좋은 먹이감일 뿐이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업체들의 생존, 미래 따윈 관심 밖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그래서 활발한 합종연횡이 생존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업계의 현실은 이들에게는 ‘내 일’이 아니다. 당장 나에게 표를 줄 수 없는 미래 후손, 즉 ‘남의 일’일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정치는, 경제와 산업, 문화까지 세상만사를 좌지우지하는 만능 키워드가 됐다. “이해당사자간 갈등을 조절하고, 또 국민들의 보다 나은생활과 경제활동을 돕는다“는 학교에서 배운 정치의 개념을 정치인들이 멋대로 바꾼 것이다. “정치가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가 아닌 “바뀐 세상에 따라 정치도 발전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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