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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5일제 아파트 털이”…구직게시판서 뭉친 ‘도둑들’
총책 김씨, 20~30대 무직자들 공범으로 끌어들여

모텔에서 범행 합숙 교육…20여일간 1억 상당 훔쳐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인터넷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는 구직자들을 모집해 예행연습까지 해 가며 절도 행각을 저질러 온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를 돌며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특수절도)로 김모(52)씨와 이모(33)씨를 구속하고 성모(26)씨와 도모(2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들이 훔친 귀금속이 장물인 줄 알면서도 사들인 금은방 업자 홍모씨(68)는 업무상장물취득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달 26일 오후 3시께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현금과 귀금속 6695만원 상당을 훔치는 등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일대 고층 계단식 아파트를 골라 절도행각을 벌여 19차례에 걸쳐 총 1억600만원 상당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모집 총책인 김씨는 인터넷 구직 게시판 등에 “돈 되는 일이면 뭐든 하겠다. 아무 일이나 시켜달라”는 글을 올린 이씨 등 과다 채무로 생활이 절박한 20~30대 미취업 무직자들에게 접근해 범행을 제안하고 범행 수법을 교육했다.

김씨는 이씨 등에게 “불법적이고 아파트를 터는 일이다. 주 5일제 근무로, 주말은 쉰다. 일주일에 500만~1000만원을 벌게 해주겠다. 동선을 잘 잡으면 경찰에 잡히지 않는다”고 유혹했다.

이들은 경기도 부천의 한 모텔에 합숙하면서 소음이 나지 않는 수동식 드릴과 철사 등을 이용해 아파트의 도어락을 해제하는 방법을 연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엔 범행 대상을 물색하는 ‘총책’과 직접 아파트에 침입하는 ‘일꾼’, 망보기 역할을 하는 ‘안테나’ 등으로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고 절도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한 층에 한 가구만 있으면 사람들의 눈에 띌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노려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 층에 한 가구만 있는 아파트를 물색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번호키 도어락의 위에 드릴로 구멍을 뚫은 뒤 철사를 넣어 잠금장치를 눌러 해제하는 방식으로 아파트 문을 열고 침입했고, 범행 이후에는 택시를 수차례 갈아타며 접선장소로 이동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한편 총책 김씨는 이씨 등 일당에게 대포폰을 지급한 뒤 ‘보고’ 시에만 전원을 켜두도록 했다. 보고는 ‘매일 오전 7시30분에 출발보고, 12시에 식사하면서 오전 범행 성공여부 보고, 3시에는 훔친 물건 보고’ 등 치밀한 범행 수칙을 세워 교육했다.

또 ‘범행을 중단하거나 임의로 그만둘 경우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경찰에 팩스로 넘긴다’는 수칙을 정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이전에도 사람들을 모아 절도 범행을 저지른 적이 있다”며 “범죄자들이 아무리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해도 결국 반드시 경찰에 잡히게 된다”고 밝혔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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