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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無人집회 시대] 시위대 없는데 구경꾼은 북적…경찰 ‘유령집회’ 어찌하오리까
도심집회 사실상 원천차단
또 불허하자 앰네스티 항의성시위
합법? 불법? 경찰도 전전긍긍


제 1차 민중총궐기 이후 도심에서의 집회 및 시위를 사실상 원천 차단하고 있는 경찰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사람이 아닌 홀로그램을 통해 벌이는 ‘유령집회’가 우리 사회의 집회와 시위의 자유의 의미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경찰은 ‘유령집회’에 대해 “불법 미신고 집회로 변질될 시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 대상과 기준에 대해서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4일 박근혜 정부 3주년을 맞아 이날 오후 7시30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북측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요구하는 ‘2·24 앰네스티 유령집회’를 열 예정이다.

유령집회에 사용되는 3D 홀로그램을 시연한 모습.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촬영한 것으로 24일 광화문 광장에 등장한다. [사진제공=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앰네스티 측은 이번 집회를 문화제 형태로 진행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에 광화문광장 사용허가도 받은 상태. 안세영 앰네스티 간사는 “청운효자동 인근에 집회 신고를 냈지만 교통방해를 이유로 경찰이 금지 통고를 했고 차선책으로 광화문 광장에 홀로그램을 설치하고 상영하는 문화제로 허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집회는 가로 10m, 세로 3m 특수 스크린을 세워놓고 여기에 홀로그램 영상을 비추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20여명이 참여해 만든 홀로그램 영상은 평화집회 보장을 요구하는 시민 발언과 참가자들이 행진하는 모습, 구호를 외치는 장면 등이 10분 분량으로 담겨있다. 앰네스티는 이를 세 번 반복해 총 30분 동안 틀 계획이다.

이상원 서울경찰청장은 “순수 문화제 형식으로 할 경우 문제가 안되지만 그것을 넘어 구호 제창 등 집단 의사를 표현하면 그 자체를 집회 및 시위로 보고 제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나 직접 사람이 등장하지 않고 영상 형태로 진행되는 ‘유령집회’에서 구호가 등장한다고 해서 집회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경찰도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홀로그램 영상을 보고 모여든 시민들이 영상에 나오는 구호를 따라하거나 피켓을 들고 나와 흔들 경우 명백히 미신고 집회로 간주하고 진행 양상에 따라 해산 명령과 함께 주최자에 대한 사법처리에 나선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애매한 상황은 홀로그램 등장 인물이 구호를 외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모여들어 구경만 하는 경우다. 다중이 모인 상황에서 집단 의사를 밝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행위 주체가 사람이 아닌데다 2인 이상이 모여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이 아니어서 집회의 정의에도 충족하지 않기 때문.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실제 현장에서 영상 내용이나 송출 방식 등 구체적인 행위를 보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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