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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트 뒤흔든 초짜 감독 추승균·최태웅…‘조연 리더십’ 성공시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솔직히 코트에서 주인공이었던 적은 많지 않다. 화려함 대신 꾸준함으로 주연을 돋보이게 하고 묵묵히 팀을 받쳐왔던 그들이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소리없이 강한 남자’ ‘코트의 살림꾼’이다.

선수 시절 ‘명품 조연’으로 활약했던 두 감독이 올시즌 닮은꼴 리더십으로 코트 위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추승균(42) 프로농구 전주 KCC 감독과 최태웅(40)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감독이 주인공. 시즌 개막 전 그닥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들은 올시즌 정규리그 막판, 브레이크 없는 연승행진을 펼치며 반전 드라마를 쓰고 있다. 


추승균 감독이 이끄는 KCC는 12연승을 달린 끝에 지난 21일 창단 후 최초로 정규리그서 우승했고, 최태웅 감독의 현대캐피탈은 15연승을 질주하며 1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25일 OK저축은행을 꺾으면 정규리그 우승 확정이다. 또 남은 3경기서 모두 승리하면 프로배구 사상 최다인 18연승의 신기록을 쓰게 된다.

두 감독은 공통점이 많다. 올시즌 나란히 정식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은 ‘초짜 감독’이다. 게다가 같은 대학 출신에 ‘현대가(家)’ 구단을 이끌고 있다. 추승균은 한양대 93학번, 최태웅은 한양대 95학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닮은점은 ‘명품조연’이었던 이들이 선수 시절 플레이 스타일처럼 조용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 전력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이다. 불꽃 카리스마의 전임 감독들과 그래서 더욱 극명한 대비를 이루곤 한다.

15시즌 동안 한 팀에만 몸 담았던 추 감독은 선수 시절 화려한 개인기보다 수비 등 궂은 일을 도맡으며 이상민 조성원 등과 함께 ‘현대 황금시대’를 일궜다. 지난 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사퇴한 허재 전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직을 맡았고 올 시즌 공식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추 감독은 시즌 전 유니폼에 새겨졌던 별(우승 상징) 5개를 뗐다. 초심으로 돌아가 별 6개를 새롭게 붙이자는 각오였다. 하승진, 김효범, 전태풍 등 개성강한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형님 리더십’을 발휘했고, 승장 인터뷰 땐 선수들 이름을 하나씩 거명하며 ‘칭찬 릴레이’를 펼치는 걸로도 유명했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10개팀 중 유일하게 단신선수 안드레 에밋(1m91cm)을 뽑은 뒤 시즌 중 에밋과 겹치는 리카르도 포웰과 센터 허버트 힐을 맞바꾸는 모험을 택했다. 이는 결국 우승으로 가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수많은 어록으로 주목받는 최태웅 감독 역시 선수 시절 국내 최고의 세터였지만 팀내에선 김세진가 신진식 등 공격수들을 빛나게 해 준 조연이었다. 그는 2010년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된 후 암(림프암) 투병까지 하면서 자신을 더욱 낮추고 배구에 대한 열정은 더욱 키우게 됐다. 당시 기자와 인터뷰에서 최 감독은 “병원에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후 곧장 훈련장에 갔다. 아팠지만 힘든 줄 몰랐다. 의사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두렵지 않았다. 배구가 정말 좋아졌다”고 했다. 뜨거운 열정, 세터로서 선수들을 조율하는 능력, 신치용·김호철 등 카리스마 넘치는 스승들을 보고 체화한 그만의 리더십으로 최 감독은 우승을 바라본다. 현대캐피탈은 무려 7년 만에 정상을 노린다.

‘조연’ 출신 프로감독들의 성공 리더십에 대해 윤영길 한체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는 “선수 시절 훌륭한 조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동료들과의 관계, 팀 전술 등의 과제를 잘 이해하고 수행했다는 얘기다. 즉 팀을 전체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역량이 이미 존재했고 이것이 지도자로서의 성공으로 연결된 것이다”며 “요즘 시대가 원하는 소통 방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평면적이고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수많은 관계들이 상호작용으로 연결되는 소통이 필요하다. 마치 적혈구처럼 선수 모두와 팀 곳곳에 산소를 보내는 역할이다. 그런데 사실 스타 출신들은 이런 게 쉽지 않다”고 했다. 명품 조연에서 특급 지도자로 화려하게 변신한 두 신인 감독이 올시즌 마침표를 찍는 순간까지 소리없이 강한 성공 드라마를 이어갈지 궁금하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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