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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Insight] 스페인에 쏠린 유럽의 눈 - 김기중 KORTRA 마드리드무역관장
2008년 유럽 경제위기의 진앙인 PIIGS(Portugal, Italy, Ireland, Greece, Spain)에 속했던 스페인은 그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작년에는 유럽 평균(1.7%)을 크게 웃도는 3.2%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은 정치권에 독배’라는 말을 입증하듯, 작년 12월 총선에서 집권 국민당은 참패했다. 집권당의 의석 감소는 이미 예상된 일이었으나, 결과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양당체제를 붕괴시킬 정도로 민심은 요동쳤다. 야당인 사회당도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사회당은 20석이 줄어든 90석 확보에 그쳤고, 돌풍을 일으키며 부상한 뽀데모스당과 합쳐도 역시 절반을 넘지 못한다. 즉, 두 개 당의 연정으로는 집권이 불가능하고 3개 이상의 당이 연합해야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선거의 유일한 승자는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에 지친 국민 정서를 자극하며 군소 정당에서 제3당으로 부상한 뽀데모스당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은 입헌군주국이다. 새로운 의회가 출범한 이후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혹은 연정)이 정부구성의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올해에는 정해진 시한인 5월 2일 내 누구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의회는 해산되고 총선을 다시 치르게 된다.

이번 집권당의 패배에 따라 당면한 경제개혁 과업 수행에도 차질이 생겼다. 발언권이 세진 사회당은 그동안 정부의 구조조정이 지나쳤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고 뽀데모스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노동개혁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스페인 정치불안은 유럽연합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슈다. 정치에서의 불안요소가 경제위기를 재연하는 불씨가 될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이 스페인 현안보고서를 작성 중이라는 언론 보도와 함께 그 초안 내용이 보도됐다. 보고서에는 스페인의 정치불안이 개혁정책 후퇴, 대외 신뢰도 악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와 누가 집권하든지 차기 스페인 정부가 기존 구조조정 정책을 계승해야 한다는 유럽연합의 주문이 담겼다.

작년 유로존은 구제금융을 통해 그리스의 급한 불은 껐으나 포르투갈의 잠재위험이 지속되고 있고, 또한 최근 이탈리아 금융권의 연체율이 17%에 이르는 등 경고음이 울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스페인 경제마저 다시 위기상황에 빠져든다면 유로존의 존립은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스페인 집권당은 야당의 양보를 통해 재집권하는 방안에 매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사회당은 주어진 집권기회를 살리려 적극 노력하고 있으나, ‘까딸루냐 분리독립 지지’, ‘노동개혁 무효화’, ‘국민의 신용대출 권리를 헌법에 명기‘ 등 선정적인 정책을 표방하는 뽀데모스당을 포용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스페인 정부구성은 향후 4년간 정치, 경제, 외교적 현안을 풀어가는 첫 단추로 작용할 전망이며 또한, 유럽 경제위기 파고에 맞서는 스페인호의 방향성을 정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스페인 정치권이 내놓을 해법에 국내외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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